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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원문: https://classzangi.tistory.com/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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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품 제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비야리성 암라수원에 계시며, 큰 비구 대중 팔천 인과 함께하셨고, 보살 삼만 이천 인이 있었다—모두 대중이 아는 바요, 큰 지혜의 본행을 이미 성취한 이들이었다.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세워진 바가 되어 법의 성을 보호하고 정법을 받아 지녔으며, 사자후를 능히 하여 명성이 시방에 들렸다. 사람들이 청하지 않아도 벗이 되어 편안케 하였고, 삼보를 이어 융성케 하여 끊이지 않게 하였다. 마군의 원수를 항복시키고 모든 외도를 제어하였으며, 이미 다 청정하여 온갖 덮개와 얽매임을 영원히 여의었다. 마음이 항상 편안히 머물러 걸림 없는 해탈을 얻었고, 염(念)·정(定)·총지(總持)·변재(辯才)가 끊이지 않았으며,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와 방편의 힘을 갖추지 않음이 없었다. 얻을 바 없는 무생법인(無生法忍)에 이르렀고, 이미 능히 수순하여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굴렸으며, 법의 모습을 잘 알고 중생의 근기를 알았다. 대중을 덮어 두려움 없음과 공덕과 지혜를 얻게 하여 그 마음을 닦게 하였고, 상호로 몸을 장엄하여 색상이 제일이었으며, 세간의 온갖 꾸밈을 다 버렸다. 명성이 높고 멀어 수미산을 넘었고, 깊은 믿음이 견고하여 금강과 같았으며, 법보가 널리 비추어 감로를 내렸다. 온갖 말소리 가운데 미묘함이 제일이었고, 연기(緣起)에 깊이 들어가 온갖 삿된 견해를 끊었으며, 있음과 없음의 두 극단에 다시 남은 습기가 없었다. 법을 연설함에 두려움이 없어 사자후와 같았고, 그 강설하는 바가 우레와 같아 헤아릴 수 없고 이미 헤아림을 넘어섰다. 온갖 법보를 모아 바다의 도사와 같았으며, 모든 법의 깊고 미묘한 뜻을 통달하였다. 중생이 오고 가는 나아갈 바와 마음이 행하는 바를 잘 알았고, 견줄 이 없는 부처님의 자재한 지혜, 십력, 무외, 십팔불공법에 가까웠다. 온갖 악취의 문을 닫고도 오도(五道)에 태어나 그 몸을 나타내었으며, 큰 의왕이 되어 온갖 병을 잘 치료하되 병에 응하여 약을 주어 복용하게 하였다. 무량한 공덕을 다 성취하였고 무량한 불국토를 다 장엄하고 청정하게 하였으며, 그들을 보고 듣는 이는 이익을 입지 않음이 없었고, 짓는 바가 또한 헛되지 않았다—이와 같이 온갖 공덕을 다 갖추었다.
그 이름은 다음과 같다. 등관보살, 부등관보살, 등부등관보살, 정자재왕보살, 법자재왕보살, 법상보살, 광상보살, 광엄보살, 대엄보살, 보적보살, 변적보살, 보수보살, 보인수보살, 상거수보살, 상하수보살, 상참보살, 희근보살, 희왕보살, 변음보살, 허공장보살, 집보거보살, 보용보살, 보견보살, 제망보살, 명망보살, 무연관보살, 혜적보살, 보승보살, 천왕보살, 괴마보살, 전덕보살, 자재왕보살, 공덕상엄보살, 사자후보살, 뇌음보살, 산상격음보살, 향상보살, 백향상보살, 상정진보살, 불휴식보살, 묘생보살, 화엄보살, 관세음보살, 득대세보살, 범망보살, 보장보살, 무승보살, 엄토보살, 금계보살, 주계보살, 미륵보살, 문수사리법왕자보살—이와 같은 이가 삼만 이천 인이었다.
또 만 명의 범천왕 시기 등이 다른 사천하로부터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법을 들었고, 또 만 이천의 천제가 또한 다른 사천하로부터 와서 모임 자리에 있었으며, 그 밖의 큰 위력을 지닌 여러 천, 용신,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이 모두 와서 자리에 앉았다. 여러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다 함께 모임 자리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무량 백천의 대중과 더불어 공경하며 둘러싸인 가운데 법을 설하시니, 비유하자면 수미산왕이 큰 바다에 드러난 듯, 온갖 보배로 된 사자좌에 편안히 앉아 계셔 오는 모든 대중을 압도하셨다.
그때 비야리성에 장자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보적이라 하였는데, 오백 명의 장자 아들과 함께 칠보로 된 일산을 가지고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각기 그 일산으로 함께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여러 보배 일산이 합하여 하나의 일산이 되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니, 이 세계의 넓고 긴 모습이 다 그 가운데 나타났다. 또 이 삼천대천세계의 여러 수미산, 설산, 목진린타산, 마하목진린타산, 향산, 보산, 금산, 흑산, 철위산, 대철위산과 큰 바다와 강과 하천과 샘과 해와 달과 별과 천궁과 용궁과 여러 존귀한 신들의 궁전이 다 보배 일산 가운데 나타났으며, 또 시방의 여러 부처님과 여러 부처님의 설법도 또한 보배 일산 가운데 나타났다. 그때 모든 대중이 부처님의 신통력을 보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합장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존안을 우러러 눈을 잠시도 떼지 못하였다. 이에 장자의 아들 보적이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아뢰었다.
「눈은 맑고 넓어 푸른 연꽃 같으시고, 마음은 청정하여 이미 모든 선정을 건너셨네. 오랫동안 청정한 업을 쌓아 그 칭송이 헤아릴 수 없고, 대중을 적멸로 인도하시니 그러므로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이미 큰 성인께서 신통변화 보이심을 뵈오니, 시방의 무량한 국토를 널리 나타내시고, 그 가운데 여러 부처님이 법을 연설하시니, 이에 모두가 다 보고 들었나이다. 법왕의 법력은 뭇 중생을 뛰어넘으사, 항상 법의 재물로 온갖 이에게 베푸시고, 온갖 법의 모습을 잘 분별하시되, 제일의(第一義)에 있어 흔들리지 않으시니, 이미 온갖 법에 자재함을 얻으셨으므로, 이 법왕께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법을 설하시되 있음도 아니요 없음도 아니시니, 인연으로 말미암아 온갖 법이 생겨나며, 나도 없고 지음도 없고 받는 자도 없으나, 선악의 업 또한 없어지지 아니하네. 처음 보리수 아래서 힘으로 마군을 항복시키시고, 감로를 얻어 멸도를 이루사 깨달음의 도를 이루셨으며, 이미 마음과 뜻이 없고 받아들이는 행이 없으시나, 온갖 외도를 다 꺾어 항복시키셨네. 삼천대천세계에서 법륜을 세 번 굴리시니, 그 바퀴는 본래 항상 청정하며, 천상과 인간이 도를 얻음이 이로써 증명되니, 삼보가 이에 세간에 나타났나이다. 이 미묘한 법으로 뭇 중생을 구제하시니, 한번 받으면 물러나지 않고 항상 고요하며, 늙음과 병과 죽음을 건네주시는 큰 의왕이시니, 마땅히 그 덕이 끝없는 법의 바다에 예배하나이다. 헐뜯음과 칭찬에도 수미산처럼 움직이지 않으시고, 선함과 선하지 않음에도 자비로 평등하시며, 마음의 행함이 허공처럼 평등하시니, 누가 사람 가운데 보배를 듣고서 공경하여 받들지 않으리오. 이제 세존께 이 작은 일산을 받드오니, 그 가운데 저의 삼천세계가 나타나고, 여러 천과 용신이 사는 궁전과, 건달바 등과 야차도 나타나나이다. 세간의 온갖 있는 것을 다 보이시니, 십력으로 슬피 여기사 이 화변을 나타내시고, 대중이 희유한 일을 보고 다 부처님을 찬탄하니, 이제 저는 삼계의 존귀하신 분께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큰 성인이신 법왕은 대중이 귀의하는 바요,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관하면 기뻐하지 않음이 없으니, 각기 세존이 자기 앞에 계심을 보니, 이는 곧 신통력의 함께하지 않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한 음성으로 법을 설하시되, 중생이 종류에 따라 각기 이해를 얻으니, 모두 세존이 자기의 말과 같다 이르니, 이는 곧 신통력의 함께하지 않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한 음성으로 법을 설하시되, 중생이 각기 이해하는 바를 따라, 널리 받아 행하여 그 이익을 얻으니, 이는 곧 신통력의 함께하지 않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한 음성으로 법을 설하시되, 혹 두려워하기도 하고 혹 기뻐하기도 하며, 혹 싫어하여 떠나기도 하고 혹 의심을 끊기도 하니, 이는 곧 신통력의 함께하지 않는 법이니이다.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십력의 크신 정진이시여.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이미 두려움 없음을 얻으신 분이시여.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함께하지 않는 법에 머무신 분이시여.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온갖 큰 도사이신 분이시여.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능히 온갖 맺힘과 얽매임을 끊으신 분이시여.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이미 저 언덕에 이르신 분이시여.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능히 온갖 세간을 건너신 분이시여.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생사의 길을 영원히 여의신 분이시여. 중생이 오고 가는 모습을 다 아시고, 온갖 법에 잘 통달하여 해탈을 얻으셨으며, 연꽃처럼 세간에 물들지 않으시고, 항상 공적한 행에 잘 들어가시며, 온갖 법의 모습에 통달하여 걸림이 없으시니, 허공처럼 의지할 바 없으신 분께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그때 장자의 아들 보적이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오백 명의 장자 아들은 다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니, 원컨대 부처님 국토가 청정함을 얻는 도리를 듣고자 하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여러 보살의 정토행을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보적이여! 능히 여러 보살을 위하여 여래의 정토행을 묻는구나. 자세히 들으라, 자세히 들으라. 잘 사유하여 생각하라. 마땅히 그대를 위해 설하리라.」이에 보적과 오백 명의 장자 아들이 가르침을 받고자 들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적이여, 중생의 무리가 곧 보살의 불국토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보살은 교화할 중생을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고, 조복할 중생을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며, 여러 중생이 어느 나라로써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가야 하는가를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고, 여러 중생이 어느 나라로써 보살의 근기를 일으켜야 하는가를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보살이 청정한 나라를 취함은 다 여러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니라.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빈 땅에 궁전을 지으려 함에는 뜻대로 걸림이 없으나, 만약 허공에다 지으려 한다면 끝내 이루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보살도 이와 같아서 중생을 성취시키기 위한 까닭에 불국토를 취하기를 원하나니, 불국토를 취하기를 원함은 허공에서가 아니니라.
「보적이여, 마땅히 알라. 곧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아첨하지 않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고, 깊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공덕을 갖춘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며, 보리심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대승의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고, 보시가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온갖 것을 능히 버리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며, 지계가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십선도를 행하여 원을 채운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고, 인욕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삼십이상으로 장엄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며, 정진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온갖 공덕을 부지런히 닦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고, 선정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마음을 거두어 흐트러지지 않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며, 지혜가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바르게 안정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고, 사무량심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자·비·희·사를 성취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며, 사섭법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해탈로 거두어진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고, 방편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온갖 법에 방편으로 걸림이 없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며, 삼십칠도품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사념처·사정근·사신족·오근·오력·칠각지·팔정도의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고, 회향하는 마음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온갖 것을 갖춘 공덕의 국토를 얻으며, 여덟 가지 어려움을 제거함을 설함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국토에 삼악도와 팔난이 없고, 스스로 계행을 지켜 남의 허물을 나무라지 않음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국토에 계율을 범한다는 이름이 없으며, 십선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성불할 때에 목숨이 중도에 요절하지 않고, 크게 부유하며, 청정한 행을 닦고, 말한 바가 성실하며, 항상 부드러운 말을 쓰고, 권속이 떠나지 않으며 다툼을 잘 화해시키고, 말이 반드시 이롭게 하며, 질투하지 않고 성내지 않으며, 바른 견해를 지닌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느니라.
「이와 같이 보적이여, 보살은 그 곧은 마음을 따라 능히 행을 일으키고, 그 행을 일으킴을 따라 깊은 마음을 얻으며, 그 깊은 마음을 따라 뜻이 조복되고, 뜻이 조복됨을 따라 말한 대로 행하며, 말한 대로 행함을 따라 능히 회향하고, 그 회향을 따라 방편이 있으며, 그 방편을 따라 중생을 성취시키고, 중생을 성취시킴을 따라 불국토가 청정해지며, 불국토가 청정함을 따라 설법이 청정해지고, 설법이 청정함을 따라 지혜가 청정해지며, 지혜가 청정함을 따라 그 마음이 청정해지고, 그 마음이 청정함을 따라 온갖 공덕이 청정해지느니라. 그러므로 보적이여, 만약 보살이 정토를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마음을 깨끗이 할지니, 그 마음이 청정함을 따라 불국토가 청정해지느니라.」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보살의 마음이 청정하면 불국토가 청정하다고 하는데, 우리 세존께서 본래 보살이었을 때에 그 뜻이 어찌 청정하지 않았으랴만, 어찌하여 이 불국토가 이토록 청정하지 못한가?」
부처님께서 그 생각을 아시고 곧 그에게 이르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해와 달이 어찌 청정하지 않으랴만 눈먼 자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눈먼 자의 허물이지 해와 달의 잘못이 아니옵니다.」
「사리불이여, 중생의 죄업 때문에 여래의 불국토가 장엄하고 청정함을 보지 못하는 것이지 여래의 허물이 아니니라. 사리불이여, 나의 이 국토는 청정하되 그대가 보지 못할 뿐이니라.」
그때 나계범왕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이런 생각을 하지 마시오. 이 불국토가 청정하지 않다고 여기지 마시오. 무슨 까닭인가? 나는 석가모니불의 국토가 청정함을 보니, 비유하자면 자재천궁과 같소이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나는 이 국토가 언덕과 구덩이, 가시덤불과 모래와 자갈, 흙과 돌로 된 여러 산으로 더러움이 가득 차 있음을 보나이다.」
나계범왕이 말하였다. 「어진 이의 마음에 높고 낮음이 있어 부처님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으므로 이 국토를 청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뿐이오. 사리불이여, 보살은 온갖 중생에 대해 다 평등하고 깊은 마음이 청정하여 부처님의 지혜에 의지하므로 능히 이 불국토가 청정함을 보는 것이오.」
이에 부처님께서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시니, 즉시 삼천대천세계가 온갖 백천의 진귀한 보배로 장엄되어, 비유하자면 보장엄불의 무량공덕보장엄토와 같아, 모든 대중이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며 다 스스로 보배 연꽃에 앉아 있음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그대는 또한 이 불국토가 장엄하고 청정함을 보는가?」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본래 보지 못하고 본래 듣지 못하던 것을 이제 부처님의 국토가 장엄하고 청정함이 다 나타났나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불국토는 항상 이와 같이 청정하되, 이 하열한 사람들을 제도하고자 하는 까닭에 온갖 악함과 부정함이 있는 국토를 보인 것뿐이니라. 비유하자면 여러 하늘이 보배 그릇에 함께 밥을 먹되 그 복덕에 따라 밥의 색이 다른 것과 같으니라.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만약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면 곧 이 국토의 공덕과 장엄을 보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국토의 장엄하고 청정함을 나타내실 때, 보적이 데리고 온 오백 명의 장자 아들이 다 무생법인을 얻었고, 팔만 사천 인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신통력을 거두시니 이 세계가 다시 예전과 같아졌다. 성문승을 구하던 삼만 이천의 천신과 사람들은 유위법이 다 무상함을 알아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함을 얻었으며, 팔천 명의 비구는 온갖 법을 받아들이지 않아 번뇌가 다하고 뜻이 해탈하였다.
【방편품 제2】
그때 비야리 큰 성 안에 장자가 있었으니 이름이 유마힐이라 하였는데, 이미 일찍이 무량한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고 깊이 선근을 심어 무생법인을 얻었으며, 변재에 걸림이 없고 신통에 노닐어 온갖 총지에 이르렀다. 두려움 없음을 얻어 마군의 어지러운 원수를 항복시켰고, 깊은 법문에 들어가 지혜의 건넘에 잘 나아가 방편에 통달하여 큰 서원을 성취하였으며, 중생의 마음이 나아가는 바를 밝게 알고 또한 능히 여러 근기의 예리함과 둔함을 분별하였다. 오래도록 불도에 있어 마음이 이미 순숙하여 대승을 결정하였고, 온갖 하는 바를 능히 잘 사유하고 헤아렸다. 부처님의 위의에 머물러 마음이 바다처럼 크며 여러 부처님께서 칭찬하시고 제자와 제석천, 범천왕, 세상의 주인들이 공경하는 바였다. 사람을 제도하고자 하는 까닭에 훌륭한 방편으로 비야리에 머물렀으니, 재물이 무량하여 여러 가난한 백성을 거두었고, 계율을 청정히 받들어 계율을 훼손한 이들을 거두었으며, 인욕으로 행을 조복하여 성내는 이들을 거두었고, 큰 정진으로 게으른 이들을 거두었으며, 한마음으로 선정에 고요히 하여 어지러운 뜻을 지닌 이들을 거두었고, 결정된 지혜로써 지혜 없는 이들을 거두었다. 비록 속인의 몸이었으나 사문의 청정한 율행을 받들어 지녔고, 비록 집에 살았으나 삼계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처자가 있음을 보였으나 항상 범행을 닦았고, 권속이 있음을 나타내었으나 항상 멀리 여읨을 즐거워하였다. 비록 보배 장식을 입었으나 상호로 몸을 장엄하였고, 비록 다시 음식을 먹었으나 선정의 기쁨을 맛으로 삼았으며, 만약 도박과 놀이하는 곳에 이르더라도 그때마다 사람을 제도하였고, 여러 이도(異道)를 받아들이되 바른 믿음을 훼손하지 않았으며, 비록 세간의 전적을 밝히 알았으나 항상 불법을 즐거워하였다. 온갖 이가 보고 공경하여 공양 가운데 으뜸이 되었고, 정법을 굳게 지녀 어른과 아이를 다 거두었으며, 온갖 생업을 다스림에 잘 어우러져서 비록 세속의 이익을 얻더라도 그것으로 기뻐하지 않았다. 여러 네거리에 노닐어 중생을 이롭게 하였고, 다스리는 정사에 들어가 온갖 이를 구호하였으며, 강론하는 자리에 들어가 대승으로 인도하였고, 여러 학당에 들어가 어린아이들을 이끌어 열어 주었으며, 여러 음란한 집에 들어가 욕망의 허물을 보였고, 여러 술집에 들어가 능히 그 뜻을 세우게 하였다. 만약 장자들 가운데 있으면 장자들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뛰어난 법을 설하였고, 거사들 가운데 있으면 거사들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그 탐착을 끊게 하였으며, 찰제리들 가운데 있으면 찰제리들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인욕을 가르쳤고, 바라문들 가운데 있으면 바라문들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그 아만을 없애 주었으며, 대신들 가운데 있으면 대신들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정법을 가르쳤고, 왕자들 가운데 있으면 왕자들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충효를 보였으며, 내관들 가운데 있으면 내관들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궁녀들을 교화하고 다스렸고, 서민들 가운데 있으면 서민들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복력을 일으키게 하였으며, 범천 가운데 있으면 범천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뛰어난 지혜로 가르쳤고, 제석천 가운데 있으면 제석천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무상함을 보여 나타내었으며, 세상을 지키는 이들 가운데 있으면 세상을 지키는 이들 가운데 존귀한 이가 되어 온갖 중생을 보호하였다. 장자 유마힐은 이와 같은 무량한 방편으로써 중생을 이롭게 하였다.
그는 방편으로써 몸에 병이 있음을 나타내었다. 그 병으로 인하여 국왕, 대신, 장자, 거사, 바라문 등과 여러 왕자와 나머지 관속 무수 천 명이 다 가서 병문안을 하였다. 그 문안 온 이들에게 유마힐은 몸의 병을 인연 삼아 널리 법을 설하였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이 몸은 무상하고 강함이 없고 힘이 없고 견고함이 없어 속히 썩어 없어지는 법이니 믿을 수 없는 것입니다. 괴로움이 되고 번뇌가 되어 온갖 병이 모이는 곳입니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이러한 몸은 밝은 지혜 있는 이가 의지하지 않는 바입니다. 이 몸은 물거품 더미와 같아 붙잡아 만질 수 없고, 이 몸은 물방울과 같아 오래 서 있지 못하며, 이 몸은 아지랑이와 같아 갈애로부터 생겨나고, 이 몸은 파초와 같아 그 속에 견고함이 없으며, 이 몸은 허깨비와 같아 뒤바뀜으로부터 일어나고, 이 몸은 꿈과 같아 허망한 봄이 되며,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 업의 인연으로부터 나타나고, 이 몸은 메아리와 같아 온갖 인연에 속하며, 이 몸은 뜬구름과 같아 잠깐 사이에 변하여 사라지고, 이 몸은 번개와 같아 순간순간 머물지 않습니다. 이 몸은 주인이 없어 땅과 같고, 이 몸은 나가 없어 불과 같으며, 이 몸은 수명이 없어 바람과 같고, 이 몸은 사람이 없어 물과 같으며, 이 몸은 진실하지 않아 사대(四大)로써 집을 삼고, 이 몸은 공(空)하여 나와 나의 것을 여의었으며, 이 몸은 앎이 없어 풀과 나무와 기와와 조약돌과 같고, 이 몸은 지음이 없어 바람의 힘에 굴러가며, 이 몸은 부정하여 더러움이 가득 차 있고, 이 몸은 거짓이니 비록 목욕과 옷과 음식을 빌리더라도 반드시 스러져 없어짐으로 돌아가며, 이 몸은 재앙이 되어 백한 가지 병의 번뇌가 있고, 이 몸은 언덕 위의 우물과 같아 늙음에 핍박당하며, 이 몸은 정함이 없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되고, 이 몸은 독사와 같고 원수와 도적과 같고 빈 마을과 같아, 오온과 십팔계와 십이입이 함께 합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이는 근심하고 싫어할 만한 것이니 마땅히 부처님의 몸을 즐거워해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의 몸은 곧 법신이기 때문입니다. 무량한 공덕과 지혜로부터 생겨나고, 계·정·혜·해탈·해탈지견으로부터 생겨나며, 자·비·희·사로부터 생겨나고, 보시·지계·인욕·유화·부지런히 행하는 정진·선정·해탈·삼매·다문·지혜의 여러 바라밀로부터 생겨나며, 방편으로부터 생겨나고, 육신통으로부터 생겨나며, 삼명으로부터 생겨나고, 삼십칠도품으로부터 생겨나며, 지관(止觀)으로부터 생겨나고, 십력·사무소외·십팔불공법으로부터 생겨나며, 온갖 선하지 않은 법을 끊고 온갖 선한 법을 모음으로부터 생겨나고, 진실함으로부터 생겨나며, 방일하지 않음으로부터 생겨나니, 이와 같은 무량한 청정법으로부터 여래의 몸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부처님의 몸을 얻어 온갖 중생의 병을 끊고자 한다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지니라.」
이와 같이 장자 유마힐은 여러 병문안 온 이들을 위하여 그 근기에 맞게 법을 설하여 무수 천 명으로 하여금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다.
【제자품 제3】
그때 장자 유마힐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병들어 자리에 누워 있는데, 세존의 큰 자비로 어찌 굽어살피지 않으시겠는가?」
부처님께서 그 뜻을 아시고 곧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일찍이 숲속 나무 아래서 좌선하고 있었을 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리불이여. 반드시 이렇게 앉는 것만이 좌선은 아닙니다. 무릇 좌선이란 삼계 가운데 몸과 뜻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좌선이며, 멸진정에서 일어나지 않고도 온갖 위의를 나타내는 것이 좌선이며, 도의 법을 버리지 않고도 범부의 일을 나타내는 것이 좌선이며, 마음이 안에도 머물지 않고 또한 밖에도 있지 않는 것이 좌선이며, 여러 견해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삼십칠도품을 수행하는 것이 좌선이며, 번뇌를 끊지 않고도 열반에 드는 것이 좌선입니다. 만약 능히 이렇게 앉을 수 있다면 부처님께서 인가하시는 바입니다.」 그때 저는—세존이시여!—이 말을 듣고 잠자코 있을 뿐 더 대답하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대목건련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비야리 큰 성에 들어가 마을 거리에서 여러 거사를 위해 법을 설하고 있었을 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목련이여. 속인 거사를 위해 법을 설함은 어진 이가 설한 바와 같아서는 안 됩니다. 무릇 법을 설한다는 것은 마땅히 법답게 설해야 합니다. 법은 중생이 없으니 중생의 때를 여읜 까닭이며, 법은 나가 없으니 나의 때를 여읜 까닭이며, 법은 수명이 없으니 생사를 여읜 까닭이며, 법은 사람이 없으니 앞뒤의 경계가 끊어진 까닭입니다. 법은 항상 고요하니 온갖 모습을 멸한 까닭이며, 법은 모습을 여의니 반연하는 바가 없는 까닭이며, 법은 이름과 글자가 없으니 언어가 끊어진 까닭이며, 법은 설함이 없으니 각(覺)과 관(觀)을 여읜 까닭이며, 법은 형상이 없으니 허공과 같은 까닭이며, 법은 희론이 없으니 필경 공한 까닭이며, 법은 내 것이 없으니 나의 것을 여읜 까닭이며, 법은 분별이 없으니 온갖 식(識)을 여읜 까닭이며, 법은 비교할 것이 없으니 상대할 것이 없는 까닭이며, 법은 원인에 속하지 않으니 인연에 있지 않은 까닭이며, 법은 법성과 같으니 온갖 법에 들어가는 까닭이며, 법은 여여함을 따르니 따르는 바가 없는 까닭이며, 법은 실제에 머무니 온갖 극단이 움직이지 않는 까닭이며, 법은 흔들림이 없으니 육진에 의지하지 않는 까닭이며, 법은 오고 감이 없으니 항상 머물지 않는 까닭입니다. 법은 공(空)을 따르고 무상(無相)을 따르며 무작(無作)에 응합니다. 법은 좋고 나쁨을 여의며, 법은 늘고 줆이 없으며, 법은 생멸이 없으며, 법은 돌아갈 바가 없습니다. 법은 눈·귀·코·혀·몸·마음을 넘어서며, 법은 높고 낮음이 없으며, 법은 항상 머물러 움직이지 않으며, 법은 온갖 관행(觀行)을 여읩니다. 대목련이여, 법의 모습이 이와 같은데 어찌 설할 수 있겠습니까? 무릇 법을 설한다는 것은 설함도 없고 보임도 없으며, 그 법을 듣는 자도 들음이 없고 얻음이 없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허깨비 요술사가 허깨비 사람을 위하여 법을 설하는 것과 같으니, 마땅히 이러한 뜻을 세워 법을 설해야 합니다. 마땅히 중생의 근기에 예리함과 둔함이 있음을 알고, 지견을 잘 알아 걸림이 없어야 하며, 큰 자비심으로 대승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자 생각하여 삼보를 끊지 않은 뒤에야 법을 설해야 합니다.」 유마힐이 이 법을 설할 때, 팔백 명의 거사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재가 없사오니,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대가섭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가난한 마을에서 걸식을 행하고 있었을 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가섭이여. 자비심이 있으나 널리 미치지 못하여, 부유한 이를 버리고 가난한 이를 좇아 걸식하는군요. 가섭이여, 평등한 법에 머물러 차례로 걸식해야 합니다. 먹지 않기 위한 까닭에 마땅히 걸식을 행해야 하고, 화합된 모습을 무너뜨리기 위한 까닭에 마땅히 덩어리진 밥을 취해야 하며, 받지 않기 위한 까닭에 마땅히 그 음식을 받아야 합니다. 빈 마을이라는 생각으로써 마을에 들어가되, 보는 색은 눈먼 이와 같이 하고, 듣는 소리는 메아리와 같이 하며, 맡는 향기는 바람과 같이 하고, 먹는 맛은 분별하지 않으며, 온갖 감촉을 받되 지혜의 증득과 같이 하고, 온갖 법이 허깨비 모습과 같아 자성도 없고 타성도 없으며 본래 그러하지 않고 지금도 사라짐이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가섭이여, 만약 능히 여덟 가지 삿됨을 버리지 않고도 여덟 가지 해탈에 들어가, 삿된 모습으로써 바른 법에 들어가고, 한 끼 음식으로써 온갖 이에게 베풀어 여러 부처님과 뭇 성현께 공양한 뒤에야 먹을 수 있으니, 이렇게 먹는 자는 번뇌가 있는 것도 아니요 번뇌를 여읜 것도 아니며, 선정에 든 뜻도 아니요 선정에서 일어난 뜻도 아니며, 세간에 머무는 것도 아니요 열반에 머무는 것도 아닙니다. 그에게 보시하는 이는 큰 복도 없고 작은 복도 없으며 이익됨도 아니요 손해됨도 아니니, 이것이 바르게 불도에 들어가는 것이며 성문에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섭이여, 만약 이와 같이 먹는다면 사람의 보시를 헛되이 먹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 저는—세존이시여!—이 말을 듣고 일찍이 없던 일을 얻어, 곧 온갖 보살에게 깊이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재가의 이름을 가진 이가 변재와 지혜가 이렇게 능히 이러할진대, 그 누가 이를 듣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않겠는가?」 저는 이로부터 다시는 사람들에게 성문과 벽지불의 행을 권하지 않았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그의 집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을 때, 유마힐이 저의 발우를 가져다 밥을 가득 담고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수보리여. 만약 능히 먹음에 있어 평등한 자라면 온갖 법도 또한 평등하고, 온갖 법이 평등한 자라면 먹음에 있어서도 또한 평등합니다. 이와 같이 걸식해야 비로소 음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보리가 음탕함·성냄·어리석음을 끊지도 않고 또한 그것들과 함께하지도 않으며, 몸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한 모습을 따르며, 어리석음과 애욕을 없애지 않고도 밝은 해탈을 일으키며, 오역죄의 모습으로써 해탈을 얻고도 풀리지도 않고 묶이지도 않으며, 사제(四諦)를 보지 않으면서도 진리를 보지 않는 것도 아니며, 과위를 얻은 것도 아니고 과위를 얻지 못한 것도 아니며, 범부도 아니고 범부의 법을 여읜 것도 아니며, 성인도 아니고 성인이 아닌 것도 아니며, 비록 온갖 법을 성취하였으나 온갖 법의 모습을 여의었다면, 비로소 음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보리가 부처님을 보지 않고 법을 듣지 않고서, 저 외도의 여섯 스승—부란나가섭, 말가리구사리자, 산사야비라지자, 아기다시사흠바라, 가라구타가전연, 니건타야제자 등—을 그대의 스승으로 삼아, 그로 인해 출가하여 그 스승이 떨어진 곳에 그대도 또한 따라 떨어진다면, 비로소 음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보리가 온갖 삿된 견해에 들어가 저 언덕에 이르지 못하고, 여덟 가지 어려움에 머물러 어려움 없음을 얻지 못하며, 번뇌와 같아져 청정한 법을 여의고서, 그대가 무쟁삼매를 얻듯이 온갖 중생도 또한 이 선정을 얻는다면—그대에게 보시하는 자는 복전이라 이름하지 못하고, 그대에게 공양하는 자는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니—뭇 마군과 한 손을 함께하여 온갖 수고로운 벗이 되는 것이며—그대는 뭇 마군 및 온갖 진로(塵勞)와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온갖 중생에 대해 원한의 마음을 지니고, 여러 부처님을 비방하고 법을 훼손하며 대중의 수에 들어가지 못하여 끝내 멸도를 얻지 못한다면, 그대가 만약 이와 같다면 비로소 음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때 저는—세존이시여!—이 말을 듣고 망연하여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였고, 무엇으로 대답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여, 곧 발우를 내려놓고 그 집을 나가려 하였습니다.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수보리여. 발우를 취하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래께서 지으신 화현의 사람이 만약 이 일로 힐난받는다면 어찌 두려움이 있겠습니까?」 저는 말하였습니다. 「없습니다.」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온갖 법이 허깨비의 모습과 같으니, 그대는 이제 마땅히 두려워할 바가 없어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온갖 언설이 이 모습을 여의지 않으니, 지혜로운 자에 이르러서는 문자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두려움이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하면, 문자의 성품이 여의어져 문자가 있지 않으니 이것이 곧 해탈이며, 해탈의 모습이란 곧 온갖 법입니다.」 유마힐이 이 법을 설할 때, 이백 명의 천자가 법안이 청정함을 얻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부루나미다라니자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부루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큰 숲 가운데 한 나무 아래서 새로 배우는 비구들을 위해 법을 설하고 있었을 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부루나여. 먼저 마땅히 선정에 들어 이 사람의 마음을 관찰한 뒤에 법을 설해야 합니다. 더러운 음식을 보배 그릇에 담지 말며, 마땅히 이 비구의 마음이 생각하는 바를 알아야 하고, 유리를 저 수정과 같이 여기지 마십시오. 그대는 중생의 근원을 알지 못하니 소승의 법으로써 발기시키지 마십시오. 저들 스스로 상처가 없는데 그것을 다치게 하지 마십시오. 큰 길을 가고자 하는 이에게 작은 지름길을 보이지 마시고, 큰 바다를 소 발자국 물 속에 넣지 마시며, 햇빛을 저 반딧불과 같게 하지 마십시오. 부루나여, 이 비구들은 오래전에 대승의 마음을 내었으나 중간에 이 뜻을 잊었으니, 어찌 소승의 법으로써 그들을 가르치고 인도하십니까? 제가 보건대 소승의 지혜는 미천하고 얕아서 마치 눈먼 이와 같이 온갖 중생의 근기의 예리함과 둔함을 분별하지 못합니다.」 그때 유마힐이 곧 삼매에 들어 이 비구들로 하여금 스스로 숙명을 알게 하니, 일찍이 오백 부처님 처소에서 온갖 덕의 근본을 심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곧 확연히 본래의 마음을 되찾아, 이에 여러 비구들이 유마힐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였나이다. 그때 유마힐이 그로 인하여 법을 설하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다시는 물러나지 않게 되었나이다. 저는 성문이 사람의 근기를 관찰하지 않고서는 법을 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오니,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마하가전연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가전연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예전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를 위해 간략히 법의 요체를 설하셨을 때, 제가 곧 그 뒤에 그 뜻을 부연하여 무상의 뜻, 고의 뜻, 공의 뜻, 무아의 뜻, 적멸의 뜻을 말하였습니다. 그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가전연이여. 생멸하는 마음의 행으로써 실상의 법을 설하지 마십시오. 가전연이여, 온갖 법이 필경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이 무상의 뜻이며, 오수음(五受陰)이 공하여 일어난 바가 없음을 통달하는 것이 고의 뜻이며, 온갖 법이 구경에 있는 바가 없는 것이 공의 뜻이며, 나와 나 없음이 둘이 아닌 것이 무아의 뜻이며, 법이 본래 그러하지 않고 지금도 없어짐이 없는 것이 적멸의 뜻입니다.」 이 법을 설할 때, 저 여러 비구들의 마음이 해탈을 얻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아나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한곳에서 경행하고 있었을 때, 그때 범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엄정이라 하였는데, 만 명의 범천과 함께 청정한 광명을 놓으며 저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 숙여 예를 갖추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나율의 천안으로는 얼마나 보십니까?」 저는 곧 답하여 말하였습니다. 「어진 이여, 나는 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국토 삼천대천세계를 보되, 마치 손바닥 안의 암마륵과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나율이여. 천안으로 보는 바가 지어진 모습입니까, 지어지지 않은 모습입니까? 만약 지어진 모습이라면 외도의 오신통과 같은 것이며, 만약 지어지지 않은 모습이라면 곧 무위이니 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잠자코 있었나이다. 저 여러 범천들이 그 말을 듣고 일찍이 없던 일을 얻어, 곧 예를 갖추고 물었습니다. 「세상에 누가 참된 천안을 가진 이입니까?」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있습니다. 부처님 세존께서 참된 천안을 얻으셨으니, 항상 삼매에 계시어 온갖 부처님 국토를 다 보시되 둘의 모습으로써 하지 않으십니다.」 이에 엄정 범왕과 그 권속 오백 범천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유마힐의 발에 예배를 마치고는 홀연히 사라졌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우바리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우바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예전에 두 비구가 계율의 행을 범하고서 이를 부끄럽게 여겨 감히 부처님께 여쭙지 못하고, 저에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바리여. 저희들이 계율을 범하여 진실로 부끄러이 여기나, 감히 부처님께 여쭙지 못하오니, 원컨대 의심과 뉘우침을 풀어 이 허물을 면하게 하소서.」 저는 곧 그들을 위해 법답게 풀어 설명하였습니다. 그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바리여. 이 두 비구의 죄를 거듭 더하지 마십시오. 마땅히 곧바로 제거하여 없애고 그 마음을 어지럽히지 마십시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저 죄의 성품은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고 중간에도 있지 않으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와 같이 마음이 더러운 까닭에 중생이 더럽고 마음이 청정한 까닭에 중생이 청정합니다. 마음 또한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고 중간에도 있지 않으니, 그 마음이 그러하듯 죄의 더러움도 또한 그러하고 온갖 법도 또한 그러하여 여여함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바리여, 마음의 모습으로써 해탈을 얻을 때에 어찌 더러움이 있겠습니까?」 저는 말하였습니다. 「없습니다.」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온갖 중생의 마음의 모습에 더러움이 없음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우바리여, 망상이 더러움이요 망상이 없음이 청정함이며, 뒤바뀜이 더러움이요 뒤바뀜이 없음이 청정함이며, 나를 취함이 더러움이요 나를 취하지 않음이 청정함입니다. 우바리여, 온갖 법이 나고 없어져 머물지 않으니 허깨비와 같고 번개와 같아서, 온갖 법이 서로 기다리지 않고 나아가 한 생각도 머물지 않습니다. 온갖 법은 다 허망하게 보이는 것이니, 꿈과 같고 아지랑이와 같고 물속의 달과 같고 거울 속의 형상과 같아서 망상으로 생겨납니다. 이것을 아는 자를 계율을 받든다고 이름하며, 이것을 아는 자를 잘 이해한다고 이름합니다.」 이에 두 비구가 말하였습니다. 「지혜가 뛰어나도다! 이는 우바리가 미치지 못하는 바요, 계율을 지님에 있어 으뜸이면서도 능히 설하지 못하는구나.」 저는 곧 답하여 말하였습니다. 「여래를 제외하고는 아직 성문이나 보살로서 그 즐겨 설하는 변재를 능가할 이가 없으니, 그 지혜의 밝고 통달함이 이와 같도다.」 그때 두 비구의 의심과 뉘우침이 곧 없어지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이러한 서원을 세워 말하였습니다.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다 이 변재를 얻게 하소서.」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라후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예전에 비야리의 여러 장자의 아들들이 저의 처소에 와서 머리 숙여 예를 갖추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라후라여, 그대는 부처님의 아들로서 전륜성왕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니, 그 출가한 것에 어떠한 이익이 있습니까?」 저는 곧 법답게 출가의 공덕과 이익을 설하였습니다. 그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라후라여. 마땅히 출가의 공덕과 이익을 설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익도 없고 공덕도 없는 것이 출가입니다. 유위법에 대해서는 이익이 있고 공덕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나, 무릇 출가란 무위법을 위한 것이며, 무위법 가운데는 이익도 없고 공덕도 없습니다. 라후라여, 출가란 저것도 없고 이것도 없으며 또한 중간도 없으며, 육십이견을 여의고 열반에 처하는 것이며, 지혜로운 자가 받는 바요 성인이 행하는 곳입니다. 뭇 마군을 항복시키고 오도를 건너며, 오안을 청정히 하고 오력을 얻으며 오근을 세우고, 저들을 괴롭히지 않으며 뭇 잡스러운 악을 여의고, 온갖 외도를 꺾으며 거짓 이름을 초월하고, 진흙탕에서 나와 얽매임이 없으며, 나의 것이 없고 받는 바가 없으며, 어지러움이 없어 안으로 기쁨을 품고, 저들의 뜻을 보호하며 선정을 따라 온갖 허물을 여읩니다. 만약 능히 이와 같다면 이것이 참된 출가입니다.」 이에 유마힐이 여러 장자의 아들들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들은 정법 가운데 마땅히 함께 출가함이 좋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부처님의 세상은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러 장자의 아들들이 말하였습니다. 「거사님, 저희는 부처님께서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대들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다면 이것이 곧 출가이며 이것이 곧 구족계를 받은 것입니다.」 그때 삼십이 명의 장자의 아들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예전에 세존의 몸에 작은 병이 있어 마땅히 우유를 써야 하였으므로, 제가 곧 발우를 가지고 큰 바라문의 집 문 아래 서 있었습니다. 그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아난이여, 어찌하여 이른 아침에 발우를 들고 이곳에 서 계십니까?」 저는 말하였습니다. 「거사님, 세존의 몸에 작은 병이 있어 마땅히 우유를 써야 하므로 이곳에 왔습니다.」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그만두십시오, 그만두십시오, 아난이여. 이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여래의 몸은 금강의 몸이라 온갖 악이 이미 끊어지고 뭇 선이 널리 모였으니, 어찌 병이 있으며 어찌 번뇌가 있겠습니까? 잠자코 돌아가십시오, 아난이여. 여래를 비방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이 이 거친 말을 듣지 않도록 하고, 큰 위덕을 지닌 여러 천신과 다른 곳 정토에서 온 여러 보살들이 이 말을 듣지 않게 하십시오. 아난이여, 전륜성왕도 적은 복으로도 오히려 병이 없거늘, 하물며 여래처럼 무량한 복이 모여 널리 뛰어난 분이야 어찌 그러하겠습니까? 가십시오, 아난이여.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부끄러움을 받게 하지 마십시오. 외도와 범지들이 만약 이 말을 듣는다면 마땅히 이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어찌 스승이라 이름하겠는가, 자신의 병도 구하지 못하면서 능히 여러 병자를 구하겠는가?」 은밀히 속히 가서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십시오.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아난이여!—여러 여래의 몸은 곧 법신이지 생각과 욕망의 몸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세존이시니 삼계를 넘어서시며, 부처님의 몸은 번뇌가 없어 온갖 번뇌가 이미 다하였으며, 부처님의 몸은 무위이시니 온갖 수(數)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몸에 어찌 병이 있으며 어찌 번뇌가 있겠습니까?」 그때 저는—세존이시여!—실로 부끄러움을 품고, 부처님 가까이 있으면서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였습니다. 곧 허공 중에서 소리가 들려 말하였습니다. 「아난이여, 거사의 말과 같습니다. 다만 부처님께서 오탁악세에 출현하시어 이러한 법을 행하시고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고자 하실 뿐입니다. 가십시오, 아난이여. 우유를 가져가되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세존이시여, 유마힐의 지혜와 변재가 이와 같사옵니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이와 같이 오백 명의 대제자들이 각기 부처님께 그 본래의 인연을 아뢰며 유마힐이 말한 바를 일컬어 말하니, 다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보살품 제4】
이에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미륵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도솔천왕과 그 권속을 위하여 물러나지 않는 지위의 행을 설하고 있었을 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미륵이여, 세존께서 어진 이에게 수기를 주시어 한 생애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하셨는데, 어느 생으로써 수기를 받았습니까? 과거입니까, 미래입니까, 현재입니까? 만약 과거의 생이라면 과거의 생은 이미 사라졌고, 만약 미래의 생이라면 미래의 생은 아직 이르지 않았으며, 만약 현재의 생이라면 현재의 생은 머묾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와 같이, 「비구여, 그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고 늙고 사라진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남이 없음(無生)으로써 수기를 받는다면, 남이 없음이 곧 바른 지위이니, 바른 지위 가운데는 또한 수기도 없고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음도 없습니다. 어찌하여 미륵은 한 생애의 수기를 받는 것입니까? 여여함의 남으로부터 수기를 받는 것입니까, 여여함의 사라짐으로부터 수기를 받는 것입니까? 만약 여여함의 남으로써 수기를 받는다면 여여함에는 남이 있지 않으며, 만약 여여함의 사라짐으로써 수기를 받는다면 여여함에는 사라짐이 있지 않습니다. 온갖 중생이 다 여여하고 온갖 법도 또한 여여하며 뭇 성현도 또한 여여하고 미륵에 이르러서도 또한 여여합니다. 만약 미륵이 수기를 받는다면 온갖 중생도 또한 마땅히 수기를 받아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무릇 여여함이란 둘이 아니고 다르지 않으니, 만약 미륵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면 온갖 중생도 다 마땅히 얻어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온갖 중생이 곧 보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륵이 멸도를 얻는다면 온갖 중생도 또한 마땅히 멸도를 얻어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여러 부처님께서는 온갖 중생이 필경 적멸하여 곧 열반의 모습임을 아시니, 다시는 더 멸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미륵이여, 이 법으로써 여러 천자를 꾀어서는 안 되니, 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자도 없고 또한 물러나는 자도 없습니다. 미륵이여, 마땅히 이 여러 천자로 하여금 보리를 분별하는 견해를 버리게 해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보리란 몸으로써 얻을 수 없고 마음으로써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적멸이 보리이니 온갖 모습을 멸한 까닭이며, 관하지 않음이 보리이니 온갖 반연을 여읜 까닭이며, 행하지 않음이 보리이니 기억하는 생각이 없는 까닭이며, 끊음이 보리이니 온갖 견해를 버린 까닭이며, 여읨이 보리이니 온갖 망상을 여읜 까닭이며, 막음이 보리이니 온갖 서원을 막는 까닭이며, 들어가지 않음이 보리이니 탐착이 없는 까닭이며, 따름이 보리이니 여여함을 따르는 까닭이며, 머묾이 보리이니 법성에 머무는 까닭이며, 이름이 보리이니 실제에 이르는 까닭이며, 둘 아님이 보리이니 뜻과 법을 여읜 까닭이며, 평등함이 보리이니 허공과 평등한 까닭이며, 함이 없음이 보리이니 남과 머묾과 사라짐이 없는 까닭이며, 앎이 보리이니 중생의 마음의 행을 아는 까닭이며, 모이지 않음이 보리이니 온갖 입(入)이 모이지 않는 까닭이며, 합하지 않음이 보리이니 번뇌의 습기를 여읜 까닭이며, 처소 없음이 보리이니 형색이 없는 까닭이며, 거짓 이름이 보리이니 이름과 글자가 공한 까닭이며, 허깨비 같음이 보리이니 취하고 버림이 없는 까닭이며, 어지러움 없음이 보리이니 항상 스스로 고요한 까닭이며, 잘 고요함이 보리이니 성품이 청정한 까닭이며, 취함 없음이 보리이니 반연함을 여읜 까닭이며, 다름 없음이 보리이니 온갖 법이 평등한 까닭이며, 견줄 것 없음이 보리이니 비유할 수 없는 까닭이며, 미묘함이 보리이니 온갖 법을 알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 법을 설할 때, 이백 명의 천자가 무생법인을 얻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광엄동자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광엄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비야리 큰 성을 나가고 있었을 때, 유마힐이 마침 성으로 들어오고 있어, 제가 곧 예를 갖추고 물었습니다. 「거사님은 어디에서 오십니까?」 저에게 답하여 말하였습니다. 「나는 도량으로부터 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도량이란 어떤 곳입니까?」 답하여 말하였습니다. 「곧은 마음이 도량이니 거짓이 없는 까닭이며, 행을 일으킴이 도량이니 능히 일을 성취하는 까닭이며, 깊은 마음이 도량이니 공덕을 더하는 까닭이며, 보리심이 도량이니 그릇됨이 없는 까닭이며, 보시가 도량이니 과보를 바라지 않는 까닭이며, 지계가 도량이니 서원을 갖춤을 얻는 까닭이며, 인욕이 도량이니 온갖 중생에 대해 마음에 걸림이 없는 까닭이며, 정진이 도량이니 게을러 물러나지 않는 까닭이며, 선정이 도량이니 마음이 조화롭고 부드러운 까닭이며, 지혜가 도량이니 온갖 법을 앞에 나타내 보는 까닭이며, 자애로움이 도량이니 중생을 평등하게 하는 까닭이며, 연민이 도량이니 피곤함과 고통을 참는 까닭이며, 기쁨이 도량이니 법을 즐거워하는 까닭이며, 버림이 도량이니 미움과 사랑을 끊는 까닭이며, 신통이 도량이니 육신통을 성취하는 까닭이며, 해탈이 도량이니 능히 등지고 버리는 까닭이며, 방편이 도량이니 중생을 교화하는 까닭이며, 사섭법이 도량이니 중생을 거두는 까닭이며, 다문이 도량이니 들은 대로 행하는 까닭이며, 마음을 조복함이 도량이니 온갖 법을 바르게 관하는 까닭이며, 삼십칠도품이 도량이니 유위법을 버리는 까닭이며, 진리가 도량이니 세간을 속이지 않는 까닭이며, 연기가 도량이니 무명에서 노사에 이르기까지 다 다함이 없는 까닭이며, 온갖 번뇌가 도량이니 여실함을 아는 까닭이며, 중생이 도량이니 나 없음을 아는 까닭이며, 온갖 법이 도량이니 온갖 법이 공함을 아는 까닭이며, 마군을 항복시킴이 도량이니 기울고 흔들리지 않는 까닭이며, 삼계가 도량이니 나아갈 바가 없는 까닭이며, 사자후가 도량이니 두려워할 바가 없는 까닭이며, 력·무외·불공법이 도량이니 온갖 허물이 없는 까닭이며, 삼명이 도량이니 남은 걸림이 없는 까닭이며, 한 생각에 온갖 법을 아는 것이 도량이니 온갖 지혜를 성취하는 까닭입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보살이 만약 여러 바라밀에 응하여 중생을 교화한다면, 온갖 하는 바와 발을 들고 내리는 것이 다 도량으로부터 옴을 알아야 하니, 이는 불법에 머무는 것입니다.」 이 법을 설할 때, 오백 명의 천신과 사람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지세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지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고요한 방에 머물러 있었을 때, 마왕 파순이 만 이천 명의 천녀를 거느리고 제석천의 모습을 하여 풍악을 울리고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면서 저의 처소에 이르렀나이다. 그 권속과 더불어 저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합장 공경하며 한쪽에 섰습니다. 저는 마음으로 이를 제석천이라 여겨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교시가여. 비록 복이 응당 있으나 마땅히 스스로 방자해서는 안 됩니다. 마땅히 오욕의 무상함을 관하여 선한 근본을 구하고, 몸과 목숨과 재물에 있어 견고한 법을 닦아야 합니다.」 곧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정사(正士)여, 이 만 이천 천녀를 받아 청소하고 물 뿌리는 일에 갖추게 하소서.」 저는 말하였습니다. 「교시가여, 이러한 법답지 못한 물건으로써 나 같은 사문 석가의 아들을 요구하지 마시오. 이는 나에게 마땅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이는 제석천이 아닙니다. 이는 마군이 와서 그대를 어지럽히고 굳게 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곧 마군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여러 여인들을 나에게 줄 수 있으니,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과 같이 하시오.」 마군이 곧 놀라고 두려워하여 생각하였습니다. 「유마힐이 장차 나를 괴롭히려는 것은 아닌가?」 형체를 숨기고 가려 하였으나 능히 숨기지 못하였고, 그 신력을 다하였으나 또한 떠나지 못하였습니다. 곧 허공 중에서 소리가 들려 말하였습니다. 「파순이여, 여인들을 그에게 주어야 비로소 떠날 수 있느니라.」 마군이 두려운 까닭에 굽어 살피고 우러러보며 그들을 주었나이다.
「그때 유마힐이 여러 여인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마군이 그대들을 나에게 주었으니, 이제 그대들은 다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야 하느니라.」 곧 그 근기에 응하여 법을 설하여 도의 뜻을 내게 하였습니다. 다시 말하였습니다. 「그대들은 이미 도의 뜻을 내었으니 법의 즐거움이 있어 스스로 즐길 수 있으니, 다시는 오욕의 즐거움을 즐거워해서는 안 되느니라.」 천녀가 곧 물었습니다. 「무엇을 법의 즐거움이라 합니까?」 답하여 말하였습니다. 「부처님을 항상 믿음을 즐거워하고, 법을 듣고자 함을 즐거워하며, 대중에게 공양함을 즐거워하고, 오욕을 여읨을 즐거워하며, 오음을 원수와 도적처럼 관함을 즐거워하고, 사대를 독사처럼 관함을 즐거워하며, 내입(內入)을 빈 마을처럼 관함을 즐거워하고, 도의 뜻을 따라 보호함을 즐거워하며, 중생을 이롭게 함을 즐거워하고, 스승을 공경하여 섬김을 즐거워하며, 널리 보시를 행함을 즐거워하고, 계율을 굳게 지님을 즐거워하며, 인욕과 유화를 즐거워하고, 선근을 부지런히 모음을 즐거워하며, 선정에 어지럽지 않음을 즐거워하고, 때를 여읜 밝은 지혜를 즐거워하며, 보리심을 넓힘을 즐거워하고, 뭇 마군을 항복시킴을 즐거워하며, 온갖 번뇌를 끊음을 즐거워하고, 부처님 국토를 청정히 함을 즐거워하며, 상호를 성취하기 위한 까닭에 온갖 공덕을 닦음을 즐거워하고, 도량을 장엄함을 즐거워하며, 깊은 법을 들어도 두려워하지 않음을 즐거워하고, 삼해탈문을 즐거워하며 때 아닌 때를 즐거워하지 않고, 함께 배우는 이를 가까이함을 즐거워하고, 함께 배우지 않는 이 가운데서도 마음에 성냄과 걸림이 없음을 즐거워하며, 나쁜 벗을 거두어 보호함을 즐거워하고, 선한 벗을 친근히 함을 즐거워하며, 마음이 청정함을 기뻐함을 즐거워하고, 무량한 도품의 법을 닦음을 즐거워하니, 이것이 보살의 법의 즐거움이니라.」
「이에 파순이 여러 여인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그대들과 함께 천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여러 여인들이 말하였습니다. 「저희를 이 거사에게 주셨는데, 법의 즐거움이 있어 저희는 심히 즐거우니, 다시는 오욕의 즐거움을 즐거워하지 않겠나이다.」 마군이 말하였습니다. 「거사께서는 이 여인들을 버려주시겠습니까? 온갖 소유한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이 보살입니다.」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미 버렸느니라. 그대는 곧 데리고 가서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법의 서원을 구족하게 얻게 하라.」 이에 여러 여인들이 유마힐에게 물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마궁에 머물러야 합니까?」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여러 자매들이여, 법문이 있으니 이름을 무진등(無盡燈)이라 하는데, 그대들은 마땅히 배워야 하느니라. 무진등이란 비유하자면 하나의 등불이 백천 개의 등불을 켜서 어두운 것이 다 밝아지되 그 밝음이 끝내 다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이와 같이 여러 자매들이여, 무릇 한 보살이 백천 중생을 열어 인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되, 그 도의 뜻이 또한 없어져 다하지 않고, 설한 법을 따라 스스로 온갖 선법을 더하나니, 이를 무진등이라 이름하느니라. 그대들이 비록 마궁에 머물더라도 이 무진등으로써 무수한 천자와 천녀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한다면, 이는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며 또한 온갖 중생을 크게 이롭게 하는 것이니라.」 그때 천녀가 유마힐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마군을 따라 궁으로 돌아가더니 홀연히 사라졌나이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은 이와 같은 자재한 신력과 지혜와 변재가 있사오니,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 선덕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선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생각하옵건대 제가 예전에 아버지의 집에서 큰 보시 모임을 베풀어 온갖 사문과 바라문과 여러 외도와 가난하고 천한 이와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이와 걸인에게 공양하였습니다. 칠 일이 차기를 기약하였는데, 그때 유마힐이 모임에 들어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장자의 아들이여, 무릇 큰 보시의 모임은 그대가 베푼 것과 같아서는 안 되니, 마땅히 법의 보시 모임을 해야 할 것이거늘, 어찌 이 재물의 보시 모임을 하는 것입니까?」 저는 말하였습니다. 「거사님, 무엇을 법의 보시 모임이라 합니까?」 답하여 말하였습니다. 「법의 보시 모임이란 앞도 없고 뒤도 없이 한때에 온갖 중생에게 공양하는 것이니, 이를 법의 보시 모임이라 이름합니다.」 말하였습니다. 「무엇을 말함입니까?」 「보리로써 자애로운 마음을 일으키고, 중생을 구제함으로써 큰 연민의 마음을 일으키며, 정법을 지님으로써 기쁜 마음을 일으키고, 지혜를 거둠으로써 버리는 마음을 행하며, 인색함과 탐욕을 거둠으로써 단바라밀을 일으키고, 계율을 범함을 교화함으로써 시라바라밀을 일으키며, 나 없는 법으로써 찬제바라밀을 일으키고, 몸과 마음의 모습을 여읨으로써 비리야바라밀을 일으키며, 보리의 모습으로써 선바라밀을 일으키고, 온갖 지혜로써 반야바라밀을 일으킵니다. 중생을 교화하되 공(空)을 일으키고, 유위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무상(無相)을 일으키며, 태어남을 받는 것을 보이면서도 무작(無作)을 일으키고, 정법을 보호하여 지님으로써 방편의 힘을 일으키며, 중생을 제도함으로써 사섭법을 일으키고, 온갖 이를 공경하여 섬김으로써 교만을 없애는 법을 일으키며, 몸과 목숨과 재물에 있어 삼견법(三堅法)을 일으키고, 육념(六念) 가운데서 사념법(思念法)을 일으키며, 육화경(六和敬)에 있어 질박하고 곧은 마음을 일으키고, 선법을 바르게 행함으로써 청정한 생명을 일으키며, 마음이 청정하여 기뻐함으로써 어진 성인을 가까이함을 일으키고, 악한 사람을 미워하지 않음으로써 조복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출가법으로써 깊은 마음을 일으키고, 말한 대로 행함으로써 다문(多聞)을 일으키며, 다툼 없는 법으로써 한가한 곳을 일으키고, 부처님의 지혜로 나아감으로써 좌선을 일으키며, 중생의 얽매임을 풂으로써 수행의 지위를 일으키고, 상호를 갖추고 불국토를 청정히 함으로써 복덕의 업을 일으키며, 온갖 중생의 마음의 생각을 알아 근기에 응하여 법을 설함으로써 지혜의 업을 일으키고, 온갖 법이 취함도 아니고 버림도 아님을 알아 한 모습의 문에 들어감으로써 지혜의 업을 일으키며, 온갖 번뇌와 온갖 장애와 온갖 선하지 않은 법을 끊음으로써 온갖 선한 업을 일으키고, 온갖 지혜와 온갖 선법을 얻음으로써 온갖 불도를 돕는 법을 일으킵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이것이 법의 보시 모임입니다. 만약 보살이 이 법의 보시 모임에 머문다면 큰 보시의 주인이 되며 또한 온갖 세간의 복밭이 됩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 법을 설할 때, 바라문 대중 가운데 이백 명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저는 그때 마음이 청정함을 얻어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며, 유마힐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곧 값이 백천에 이르는 영락을 풀어 그에게 드렸으나 받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저는 말하였습니다. 「거사님, 원컨대 반드시 받아 주시고 뜻대로 주십시오.」 유마힐이 이에 영락을 받아 두 몫으로 나누어, 한 몫은 이 모임 가운데 가장 낮은 걸인에게 베풀고, 한 몫은 저 난승여래께 받들었습니다. 온갖 대중이 다 광명국토의 난승여래를 보았으며, 또 그 구슬 영락이 저 부처님 위에서 변하여 네 기둥의 보배 누대가 되어 네 면이 장엄되어 서로 가리지 않음을 보았나이다. 그때 유마힐이 신통변화를 나타낸 뒤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만약 보시하는 이가 평등한 마음으로 가장 낮은 걸인 한 사람에게 보시하되 여래의 복밭의 모습과 같이 하여 분별함이 없고 큰 자비와 평등하며 과보를 구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법의 보시를 구족하였다고 이름한다.」 성 안의 가장 낮은 걸인이 이 신력을 보고 그 말한 바를 듣고서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이와 같이 여러 보살들이 각기 부처님께 그 본래의 인연을 아뢰며 유마힐이 말한 바를 일컬어 말하니, 다 가서 그에게 병문안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유마힐경 권상)
유마힐소설경 권중
요진 삼장 구마라집 역
【문수사리문질품 제5】
그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문안을 하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상인(上人)은 상대하여 응답하기 어려운 분입니다. 실상에 깊이 통달하여 법의 요체를 잘 설하며, 변재에 막힘이 없고 지혜에 걸림이 없으며, 온갖 보살의 법식을 다 알고 여러 부처님의 비밀한 법장에 들어가지 못함이 없으며, 뭇 마군을 항복시키고 신통에 노닐어 그 지혜와 방편이 다 이미 제도를 얻었습니다. 그러하오나 마땅히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 그에게 가서 병문안을 하겠나이다.」
이에 대중 가운데 여러 보살, 대제자, 제석천, 범천, 사천왕 등이 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제 두 큰 상인 문수사리와 유마힐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면 반드시 미묘한 법을 설하리라!」 그때 팔천 명의 보살과 오백 명의 성문과 백천의 천신과 사람들이 다 따라가고자 하였다.
이에 문수사리는 여러 보살과 대제자 대중 및 여러 천신과 사람들과 더불어 공경히 둘러싸인 채 비야리 큰 성에 들어갔다.
그때 장자 유마힐이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이제 문수사리가 대중과 함께 오는구나.」 곧 신력으로써 그 방 안을 비워, 있는 것과 여러 시자를 다 치우고, 오직 한 자리만 남겨 병들어 누워 있었다.
문수사리가 그 집에 들어가서 보니 그 방이 비어 있어 아무것도 없고 홀로 한 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때 유마힐이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문수사리여. 오는 모습 없이 오셨고, 보는 모습 없이 보십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거사여. 만약 이미 왔다면 다시는 오지 않고, 만약 이미 갔다면 다시는 가지 않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오는 자는 온 바가 없고 가는 자는 이른 바가 없으며, 볼 수 있는 것은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그만두고, 거사여, 이 병은 참을 만하십니까? 치료함에 덜해짐이 있어 더하지는 않습니까? 세존께서 은근히 무량하게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거사여, 이 병은 무엇을 인하여 일어났습니까? 그 생긴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마땅히 어떻게 없애야 합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어리석음과 존재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나의 병이 생겨났습니다. 온갖 중생이 병들었기에 이런 까닭으로 나도 병들었으니, 만약 온갖 중생의 병이 사라진다면 곧 나의 병도 사라질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한 까닭에 생사에 들어가니, 생사가 있으면 곧 병이 있는 것입니다. 만약 중생이 병을 여읨을 얻는다면 곧 보살에게도 다시는 병이 없을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장자에게 오직 한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이 병을 얻으면 부모도 또한 병들고, 만약 아들의 병이 나으면 부모도 또한 낫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도 이와 같아서 온갖 중생을 사랑하기를 자식처럼 여기니, 중생이 병들면 곧 보살도 병들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보살도 또한 낫습니다. 또 「이 병은 무엇을 인하여 일어났습니까」라고 물으셨는데, 보살의 병이란 큰 자비로부터 일어나는 것입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거사여, 이 방은 어찌하여 텅 비어 시자가 없습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여러 부처님의 국토도 또한 다 비어 있습니다.」
또 물었다. 「무엇으로써 공(空)이 됩니까?」
답하였다. 「공(空)으로써 공(空)합니다.」
또 물었다. 「공은 무엇에 공을 씁니까?」
답하였다. 「분별없음으로써 공한 까닭에 공합니다.」
또 물었다. 「공은 분별할 수 있습니까?」
답하였다. 「분별함도 또한 공합니다.」
또 물었다. 「공은 마땅히 어디에서 구해야 합니까?」
답하였다. 「마땅히 육십이견 가운데서 구해야 합니다.」
또 물었다. 「육십이견은 마땅히 어디에서 구해야 합니까?」
답하였다. 「마땅히 여러 부처님의 해탈 가운데서 구해야 합니다.」
또 물었다. 「여러 부처님의 해탈은 마땅히 어디에서 구해야 합니까?」
답하였다. 「마땅히 온갖 중생의 마음의 행 가운데서 구해야 합니다. 또 어진 이가 물으신 「어찌하여 시자가 없습니까」라는 것은, 온갖 뭇 마군과 여러 외도가 다 저의 시자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뭇 마군은 생사를 즐거워하는데 보살은 생사에 대해 버리지 않으며, 외도는 여러 견해를 즐거워하는데 보살은 여러 견해에 대해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거사의 병은 어떠한 모습입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나의 병은 형체가 없어 볼 수 없습니다.」
또 물었다. 「이 병은 몸과 합해 있습니까, 마음과 합해 있습니까?」
답하였다. 「몸과 합해 있는 것이 아니니 몸의 모습을 여읜 까닭이며, 또한 마음과 합해 있는 것도 아니니 마음이 허깨비 같은 까닭입니다.」
또 물었다. 「지대(地大)·수대(水大)·화대(火大)·풍대(風大), 이 사대 가운데 어느 대(大)의 병입니까?」
답하였다. 「이 병은 지대가 아니지만 또한 지대를 여의지도 않았으며, 수대·화대·풍대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중생의 병은 사대로부터 일어나니, 그들에게 병이 있는 까닭에 나도 병든 것입니다.」
그때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보살은 마땅히 어떻게 병든 보살을 위로해야 합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몸이 무상함을 설하되 몸을 싫어하여 여의라고는 설하지 않으며, 몸에 괴로움이 있음을 설하되 열반을 즐거워하라고는 설하지 않으며, 몸에 나 없음을 설하되 중생을 가르쳐 인도하라고 설하며, 몸이 공적함을 설하되 필경 적멸하라고는 설하지 않으며, 앞의 죄를 뉘우치라 설하되 과거에 들어가라고는 설하지 않으며, 자기의 병으로써 저 사람의 병을 연민히 여겨야 하며, 마땅히 지난 세상 무수한 겁의 괴로움을 알아야 하고, 마땅히 온갖 중생을 이롭게 함을 생각해야 하며, 닦은 바 복을 기억하고 청정한 생명을 생각하여 근심과 번뇌를 내지 말고 항상 정진을 일으켜야 하며, 마땅히 의왕이 되어 온갖 병을 치료해야 합니다.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병든 보살을 위로하여 그로 하여금 기뻐하게 해야 합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거사여, 병든 보살은 어떻게 그 마음을 조복해야 합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병든 보살은 마땅히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금 나의 이 병은 다 전생의 망상과 뒤바뀜과 온갖 번뇌로부터 생긴 것으로 실다운 법이 있지 않으니, 누가 병을 받는 자인가? 무슨 까닭인가 하면, 사대가 합한 까닭에 거짓으로 몸이라 이름하나니, 사대는 주인이 없고 몸도 또한 나가 없다. 또 이 병이 일어남은 다 나에 대한 집착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이런 까닭에 나에 대해 마땅히 집착을 내지 말아야 한다.」 이미 병의 근본을 알았다면 곧 나라는 생각과 중생이라는 생각을 없애야 합니다. 마땅히 법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마땅히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다만 온갖 법이 합하여 이 몸을 이루었을 뿐이니, 일어남은 오직 법이 일어남이요 사라짐은 오직 법이 사라짐이다. 또 이 법이란 것은 각기 서로 알지 못하니, 일어날 때 「내가 일어난다」고 말하지 않고 사라질 때 「내가 사라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 병든 보살은 법이라는 생각을 없애기 위하여 마땅히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 법이라는 생각도 또한 뒤바뀜이니, 뒤바뀜이란 곧 큰 근심이므로 나는 마땅히 이를 여의어야 한다.」 무엇을 여읨이라 하는가? 나와 나의 것을 여읨입니다. 어떻게 나와 나의 것을 여의는가? 두 법을 여읨을 말합니다. 어떻게 두 법을 여의는가? 안과 밖을 생각하지 않고 온갖 법을 평등하게 행함을 말합니다. 무엇이 평등인가? 나도 평등하고 열반도 평등함을 말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나와 열반, 이 둘이 다 공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으로써 공한가? 다만 이름과 글자로써 공한 까닭입니다. 이와 같은 두 법은 결정된 성품이 없으니, 이 평등함을 얻으면 다시 남은 병이 없고 오직 공이라는 병만 있을 뿐이나, 공이라는 병도 또한 공합니다. 이 병든 보살은 받는 바 없음으로써 온갖 받음을 받으며, 불법을 아직 갖추지 못하였으나 또한 받음을 멸하고서 증득을 취하지 않습니다.
「설사 몸에 괴로움이 있더라도 악취의 중생을 생각하여 큰 자비심을 일으키니, 내가 이미 조복하였으므로 또한 마땅히 온갖 중생을 조복해야 합니다. 다만 그 병을 없앨 뿐 법을 없애지는 않으며, 병의 근본을 끊기 위하여 그를 가르쳐 인도합니다. 무엇을 병의 근본이라 하는가? 반연이 있음을 말하니, 반연이 있음으로부터 곧 병의 근본이 됩니다. 무엇에 반연하는가? 삼계를 말합니다. 어떻게 반연을 끊는가? 얻는 바 없음으로써 하니, 만약 얻는 바가 없다면 곧 반연이 없습니다. 무엇을 얻는 바 없음이라 하는가? 두 견해를 여읨을 말하니—무엇을 두 견해라 하는가? 안의 견해와 밖의 견해를 말합니다—이것이 얻는 바 없음입니다. 문수사리여, 이것이 병든 보살이 그 마음을 조복함이니, 늙음과 병과 죽음의 괴로움을 끊기 위함이며, 이것이 보살의 보리입니다. 만약 이와 같지 않다면 자기가 닦고 다스린 바가 지혜의 이익이 없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원수를 이겨야 비로소 용맹하다 할 수 있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이 늙음과 병과 죽음을 아울러 없애는 것을 보살이라 이르는 것입니다.
「저 병든 보살은 마땅히 다시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나의 이 병처럼 참되지도 않고 있지도 않듯이, 중생의 병도 또한 참되지도 않고 있지도 않다.」 이렇게 관할 때에 온갖 중생에 대해 만약 애착과 견해의 큰 자비를 일으킨다면 곧 마땅히 버려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보살은 객진번뇌를 끊고서 큰 자비를 일으키는데, 애착과 견해의 자비란 생사에 대해 피곤함과 싫어함의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만약 능히 이를 여읜다면 피곤함과 싫어함이 없어, 있는 곳마다 태어나더라도 애착과 견해에 덮이지 않습니다. 태어나는 곳에 얽매임이 없으므로 능히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하여 얽매임을 풀어줄 수 있으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와 같이 「만약 스스로 얽매여 있으면서 저 얽매임을 풀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만약 스스로 얽매임이 없으면서 저 얽매임을 풀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까닭에 보살은 마땅히 얽매임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무엇을 얽매임이라 하고 무엇을 풀림이라 하는가? 선정의 맛에 탐착함이 보살의 얽매임이요, 방편으로써 태어남이 보살의 풀림입니다. 또 방편 없는 지혜는 얽매임이요 방편 있는 지혜는 풀림이며, 지혜 없는 방편은 얽매임이요 지혜 있는 방편은 풀림입니다. 무엇을 방편 없는 지혜의 얽매임이라 하는가? 보살이 애착과 견해의 마음으로써 불국토를 장엄하고 중생을 성취시키며 공(空)·무상(無相)·무작(無作)의 법 가운데서 스스로 조복함을 말하니, 이를 방편 없는 지혜의 얽매임이라 이름합니다. 무엇을 방편 있는 지혜의 풀림이라 하는가? 애착과 견해의 마음으로써 불국토를 장엄하고 중생을 성취시키지 않으며, 공·무상·무작의 법 가운데서 스스로 조복하되 피곤하고 싫어하지 않음을 말하니, 이를 방편 있는 지혜의 풀림이라 이름합니다. 무엇을 지혜 없는 방편의 얽매임이라 하는가? 보살이 탐욕·성냄·삿된 견해 등 온갖 번뇌에 머물면서 뭇 덕의 근본을 심음을 말하니, 이를 지혜 없는 방편의 얽매임이라 이름합니다. 무엇을 지혜 있는 방편의 풀림이라 하는가? 온갖 탐욕·성냄·삿된 견해 등의 번뇌를 여의고서 뭇 덕의 근본을 심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함을 말하니, 이를 지혜 있는 방편의 풀림이라 이름합니다. 문수사리여, 저 병든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온갖 법을 관해야 합니다. 또 다시 몸이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아님을 관하는 것을 지혜라 이름하며, 비록 몸에 병이 있더라도 항상 생사에 있으면서 온갖 이를 이롭게 하되 싫증 내거나 게으르지 않음을 방편이라 이름하며, 또 다시 몸을 관함에 몸이 병을 여의지 않고 병이 몸을 여의지 않으니, 이 병과 이 몸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옛것도 아님을 지혜라 이름하며, 설사 몸에 병이 있더라도 영원히 멸하지 않음을 방편이라 이름합니다.
「문수사리여, 병든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그 마음을 조복하되 그 가운데 머물지 않고, 또한 다시 조복하지 못한 마음에도 머물지 않아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만약 조복하지 못한 마음에 머문다면 이는 어리석은 사람의 법이며, 만약 조복한 마음에 머문다면 이는 성문의 법입니다. 이런 까닭에 보살은 마땅히 조복함과 조복하지 못함의 마음에 머물지 않아야 하니, 이 두 법을 여읨이 보살의 행입니다. 생사에 있으면서도 더러운 행을 하지 않고, 열반에 머물면서도 영원히 멸도하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범부의 행도 아니고 성현의 행도 아님이 보살의 행이며, 더러운 행도 아니고 청정한 행도 아님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마군의 행을 넘어섰으나 뭇 마군을 항복시킴을 나타냄이 보살의 행이며, 온갖 지혜를 구하되 때가 아닌 때 구함이 없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온갖 법이 나지 않음을 관하나 바른 지위에 들어가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십이연기를 관하나 온갖 삿된 견해에 들어감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온갖 중생을 거두나 애착하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멀리 여읨을 즐거워하나 몸과 마음이 다함에 의지하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삼계에 행하나 법성을 무너뜨리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공에 행하나 뭇 덕의 근본을 심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무상에 행하나 중생을 제도함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무작에 행하나 몸을 받음을 나타냄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무기(無起)에 행하나 온갖 선한 행을 일으킴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육바라밀에 행하나 중생의 마음과 심수법(心數法)을 두루 앎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육신통에 행하나 번뇌를 다하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사무량심에 행하나 범천에 태어남을 탐착하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선정과 해탈과 삼매에 행하나 선정을 따라 태어나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사념처에 행하나 몸과 받음과 마음과 법을 영원히 여의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사정근에 행하나 몸과 마음의 정진을 버리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사여의족에 행하나 자재한 신통을 얻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오근에 행하나 중생의 온갖 근기의 예리함과 둔함을 분별함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오력에 행하나 부처님의 십력을 즐겨 구함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칠각지에 행하나 부처님의 지혜를 분별함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팔성도에 행하나 무량한 불도를 행함을 즐거워함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지관(止觀)을 돕는 도의 법에 행하나 필경 적멸에 떨어지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온갖 법이 나지도 멸하지도 않음에 행하나 상호로 그 몸을 장엄함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성문과 벽지불의 위의를 나타내나 불법을 버리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온갖 법의 구경의 청정한 모습을 따르나 응할 바에 따라 그 몸을 나타냄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온갖 부처님의 국토가 영원히 고요하여 허공과 같음을 관하나 갖가지 청정한 불국토를 나타냄이 보살의 행이며, 비록 불도를 얻어 법륜을 굴리고 열반에 들어가나 보살의 도를 버리지 않음이 보살의 행이니라.」
이 말씀을 설할 때, 문수사리가 데리고 온 대중 가운데 팔천 명의 천자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부사의품 제6】
그때 사리불이 이 방 안에 자리가 없음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여러 보살과 대제자 대중은 어디에 앉아야 하는가?」
장자 유마힐이 그 뜻을 알고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어떻습니까, 어진 이여? 법을 위해 오셨습니까, 자리를 구하러 오셨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나는 법을 위해 왔지 자리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유마힐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여. 무릇 법을 구하는 자는 몸과 목숨도 탐하지 않는데 하물며 자리이겠습니까? 무릇 법을 구하는 자는 색·수·상·행·식을 구함이 있지 않고, 계(界)와 입(入)을 구함이 있지 않으며, 욕계·색계·무색계를 구함이 있지 않습니다. 사리불이여, 무릇 법을 구하는 자는 부처님에 집착하여 구하지 않고, 법에 집착하여 구하지 않으며, 승가에 집착하여 구하지 않습니다. 무릇 법을 구하는 자는 괴로움을 본다는 구함이 없고, 집(集)을 끊는다는 구함이 없으며, 멸(滅)을 증득하고 도(道)를 닦는다는 구함이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법은 희론이 없으니, 만약 「내가 마땅히 괴로움을 보고 집을 끊고 멸을 증득하고 도를 닦는다」고 말한다면 이는 곧 희론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여, 법은 적멸이라 이름하니 만약 생멸을 행한다면 이는 생멸을 구함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물듦이 없다 이름하니 만약 법에 물들어 열반에 이르기까지 한다면 이는 곧 물듦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행할 곳이 없으니 만약 법에서 행한다면 이는 곧 행할 곳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취하고 버림이 없으니 만약 법을 취하고 버린다면 이는 곧 취하고 버림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처소가 없으니 만약 처소에 집착한다면 이는 곧 처소에 집착함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모습 없음이라 이름하니 만약 모습을 따라 안다면 이는 곧 모습을 구함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머물 수 없으니 만약 법에 머문다면 이는 곧 법에 머묾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보고 듣고 깨닫고 알 수 없으니 만약 보고 듣고 깨닫고 앎을 행한다면 이는 곧 보고 듣고 깨닫고 앎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무위라 이름하니 만약 유위를 행한다면 이는 유위를 구함이지 법을 구함이 아닙니다. 이런 까닭에 사리불이여, 만약 법을 구하는 자라면 온갖 법에 대해 마땅히 구하는 바가 없어야 합니다.」
이 말씀을 설할 때, 오백 명의 천자가 온갖 법 가운데서 법안이 청정함을 얻었다.
그때 장자 유마힐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어진 이께서는 무량한 천만억 아승기 국토에 노니셨는데, 어느 불국토에 훌륭하고 뛰어나며 미묘한 공덕을 성취한 사자좌가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거사여, 동쪽으로 삼십육 항하사 국토를 지나면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수미상이며, 그 부처님의 명호는 수미등왕으로서 지금 현재 계십니다. 저 부처님의 몸의 길이는 팔만 사천 유순이며, 그 사자좌의 높이는 팔만 사천 유순으로 장엄함이 제일입니다.」
이에 장자 유마힐이 신통력을 나타내니, 즉시 저 부처님께서 삼만 이천의 사자좌를 보내시어, 높고 넓고 장엄하고 청정함이 유마힐의 방으로 들어왔다. 여러 보살과 대제자, 제석천, 범천, 사천왕 등이 예전에 보지 못하던 것이었다. 그 방이 넓고 커서 삼만 이천의 사자좌를 다 받아들이되 방해됨이 없었다. 비야리성과 염부제와 사천하에 있어서도 또한 좁아지지 않고 다 예전과 같이 보였다.
그때 유마힐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사자좌에 나아가 여러 보살 상인들과 함께 앉으시되, 마땅히 스스로 몸을 세워 저 자리의 모습과 같게 하십시오.」 그 신통을 얻은 보살들은 곧 스스로 형체를 사만 이천 유순으로 변화시켜 사자좌에 앉았으나, 여러 새로 발심한 보살과 대제자들은 다 오를 수 없었다.
그때 유마힐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사자좌에 나아가십시오.」 사리불이 말하였다. 「거사여, 이 자리는 높고 넓어 저는 오를 수 없습니다.」
유마힐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여. 수미등왕여래께 예를 올려야 비로소 앉을 수 있습니다.」 이에 새로 발심한 보살과 대제자들이 곧 수미등왕여래께 예를 올리니 곧 사자좌에 앉을 수 있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거사여, 일찍이 없던 일입니다! 이와 같이 작은 방이 이 높고 넓은 자리를 받아들이면서도 비야리성에 방해됨이 없고, 또 염부제의 마을과 성읍 및 사천하의 여러 천신, 용왕, 귀신의 궁전에도 또한 좁아지지 않습니다.」
유마힐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여. 여러 부처님과 보살에게 해탈이 있으니 이름을 부사의(不可思議)라 합니다. 만약 보살이 이 해탈에 머문다면 수미산의 높고 큼으로써 겨자씨 속에 넣어도 늘고 줆이 없으며, 수미산왕의 본래 모습이 예전과 같으면서도 사천왕과 도리천의 여러 천신들은 자기가 들어간 곳을 깨닫지도 알지도 못하며, 오직 마땅히 제도받을 자만이 수미산이 겨자씨 속에 들어감을 보게 되니, 이를 부사의 해탈법문에 머문다고 이름합니다. 또 사대해의 물을 한 털구멍에 넣어도 물고기, 자라, 악어, 거북 등 물의 성질을 가진 부류를 어지럽히지 않으며, 저 큰 바다의 본래 모습이 예전과 같으면서도 여러 용, 귀신, 아수라 등은 자기가 들어간 곳을 깨닫지도 알지도 못하며, 이 중생들에게도 또한 어지럽힘이 없습니다. 또 사리불이여, 부사의 해탈에 머무는 보살은 삼천대천세계를 잘라 취하여 옹기장이의 물레처럼 오른손바닥에 놓고 항하사만큼의 세계 밖으로 던지더라도, 그 가운데 중생은 자기가 간 곳을 깨닫지도 알지도 못하며, 또 다시 본래 자리에 돌려놓아도 사람들로 하여금 오고 갔다는 생각을 전혀 가지지 않게 하니, 이 세계의 본래 모습이 예전과 같습니다. 또 사리불이여, 어떤 중생은 세상에 오래 머물기를 즐거워하여 제도할 수 있는 이가 있으면, 보살은 곧 칠 일을 늘여서 일 겁으로 삼아 저 중생으로 하여금 그것을 일 겁이라 여기게 하며, 어떤 중생은 오래 머물기를 즐거워하지 않아 제도할 수 있는 이가 있으면, 보살은 곧 일 겁을 줄여서 칠 일로 삼아 저 중생으로 하여금 그것을 칠 일이라 여기게 합니다. 또 사리불이여, 부사의 해탈에 머무는 보살은 온갖 불국토의 장엄한 일들을 한 나라에 모아 중생에게 보여줍니다. 또 보살은 한 불국토의 중생을 오른손바닥에 두고 시방으로 날아가 두루 온갖 것을 다 보이면서도 본래 있던 곳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또 사리불이여, 시방 중생이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는 도구를 보살은 한 털구멍에서 다 볼 수 있게 합니다. 또 시방 국토에 있는 해와 달과 별을 한 털구멍에서 널리 보게 합니다. 또 사리불이여, 시방세계에 있는 온갖 바람을 보살은 다 입 안으로 빨아들이면서도 몸에는 손상이 없고 바깥의 여러 나무들도 또한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습니다. 또 시방세계의 겁이 다하여 불탈 때 온갖 불을 배 속에 넣더라도 불의 일이 예전과 같으면서도 해를 입지 않습니다. 또 아래쪽으로 항하사와 같은 여러 부처님 세계를 지나 한 불국토를 취하여 위쪽으로 들어 올려 항하사 무수한 세계를 지나게 하되, 마치 바늘 끝으로 대추 잎사귀 하나를 드는 것과 같아서 어지럽힘이 없습니다. 또 사리불이여, 부사의 해탈에 머무는 보살은 능히 신통으로써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 벽지불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 성문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 제석천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 범천왕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 세상 주인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 전륜성왕의 몸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또 시방세계에 있는 온갖 소리의 높고 중간이고 낮은 음성을 다 능히 변화시켜 부처님의 소리가 되게 하여 무상·고·공·무아의 소리를 연설하게 하며, 또한 시방 여러 부처님께서 설하신 갖가지 법을 다 그 가운데서 널리 듣게 합니다. 사리불이여, 내가 이제 보살의 부사의 해탈의 힘을 간략히 설하였으나, 만약 자세히 설한다면 겁이 다하도록 다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때 대가섭이 보살의 부사의 해탈법문을 설함을 듣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며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눈먼 이 앞에서 온갖 색상을 나타내어도 저들이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온갖 성문이 이 부사의 해탈법문을 듣고서 능히 이해하지 못함이 이와 같습니다. 지혜로운 자가 이를 듣고서 그 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않겠습니까? 우리들은 어찌하여 그 근본을 영원히 끊어 이 대승에 있어 이미 썩은 씨앗과 같이 되었습니까! 온갖 성문이 이 부사의 해탈법문을 듣는다면 다 마땅히 통곡하여 그 소리가 삼천대천세계를 진동시켜야 할 것이며, 온갖 보살은 마땅히 크게 기뻐하며 이 법을 정수리로 받들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어떤 보살이 이 부사의 해탈법문을 믿고 이해한다면 온갖 마군의 무리도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가섭이 이 말을 할 때, 삼만 이천의 천자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그때 유마힐이 대가섭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여, 시방의 무량한 아승기 세계 가운데 마왕이 된 자는 대부분 부사의 해탈에 머무는 보살입니다. 방편의 힘으로써 중생을 교화하고자 마왕이 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 가섭이여, 시방의 무량한 보살에게 혹 어떤 사람이 와서 손발과 귀와 코, 머리와 눈, 골수와 뇌, 피와 살과 가죽과 뼈, 마을과 성읍, 처자와 노비, 코끼리와 말과 수레, 금과 은과 유리, 자거와 마노, 산호와 호박, 진주와 조개, 옷과 음식을 구걸하는 경우, 이렇게 구걸하는 자는 대부분 부사의 해탈에 머무는 보살로서 방편의 힘으로써 가서 시험하여 그로 하여금 견고하게 하는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부사의 해탈에 머무는 보살은 위덕의 힘이 있는 까닭에 핍박하는 행을 나타내어 여러 중생에게 이러한 어려운 일을 보이는 것입니다. 범부는 하열하여 힘과 세력이 없으니 이와 같이 보살을 핍박할 수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용과 코끼리가 짓밟는 것을 나귀가 감당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부사의 해탈에 머무는 보살의 지혜와 방편의 문이라 이름합니다.」
【관중생품 제7】
그때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보살은 어떻게 중생을 관합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비유하자면 허깨비 요술사가 요술로 지은 사람을 보는 것과 같이, 보살이 중생을 관함도 이와 같습니다. 지혜로운 자가 물속의 달을 보듯, 거울 속에서 그 얼굴 모습을 보듯, 뜨거울 때의 아지랑이 같고, 외치는 소리의 메아리 같고, 공중의 구름 같고, 물의 거품 더미 같고, 물 위의 물방울 같고, 파초의 견고함 같고, 번개가 오래 머묾 같고, 제5의 대(大) 같고, 제6의 음(陰) 같고, 제7의 정(情) 같고, 십삼입(十三入) 같고, 십구계(十九界) 같이, 보살이 중생을 관함도 이와 같습니다. 무색계의 색(色) 같고, 태운 곡식의 싹 같고, 수다원의 신견(身見) 같고, 아나함의 태에 들어감 같고, 아라한의 삼독 같고, 인(忍)을 얻은 보살의 탐냄과 성냄과 계율 훼손 같고, 부처님의 번뇌 습기 같고, 눈먼 이가 색을 보는 것 같고, 멸진정에 들어가서 나오는 숨 같고, 공중의 새 발자국 같고, 돌계집의 아이 같고, 화현한 사람이 번뇌를 일으키는 것 같고, 꿈에서 본 것이 이미 깨어난 것 같고, 멸도한 이가 몸을 받는 것 같고, 원인 없는 불 같이, 보살이 중생을 관함도 이와 같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이렇게 관한다면 어떻게 자애를 행합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보살이 이렇게 관하고서 스스로 생각합니다. 「내가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이러한 법을 설해야 한다.」 이것이 곧 참된 자애입니다. 적멸의 자애를 행함은 생겨나는 바가 없는 까닭이며, 뜨겁지 않은 자애를 행함은 번뇌가 없는 까닭이며, 평등한 자애를 행함은 삼세와 평등한 까닭이며, 다툼 없는 자애를 행함은 일어나는 바가 없는 까닭이며, 둘 아닌 자애를 행함은 안과 밖이 합하지 않는 까닭이며, 무너지지 않는 자애를 행함은 필경 다한 까닭이며, 견고한 자애를 행함은 마음에 훼손됨이 없는 까닭이며, 청정한 자애를 행함은 온갖 법의 성품이 청정한 까닭이며, 끝없는 자애를 행함은 허공과 같은 까닭이며, 아라한의 자애를 행함은 맺힘의 도적을 깨뜨리는 까닭이며, 보살의 자애를 행함은 중생을 편안하게 하는 까닭이며, 여래의 자애를 행함은 여여한 모습을 얻는 까닭이며, 부처님의 자애를 행함은 중생을 깨닫게 하는 까닭이며, 자연의 자애를 행함은 원인 없이 얻는 까닭이며, 보리의 자애를 행함은 한 맛과 평등한 까닭이며, 견줄 것 없는 자애를 행함은 온갖 애욕을 끊는 까닭이며, 큰 자비의 자애를 행함은 대승으로 인도하는 까닭이며, 싫증 없는 자애를 행함은 공과 무아를 관하는 까닭이며, 법보시의 자애를 행함은 남기고 아까워함이 없는 까닭이며, 지계의 자애를 행함은 계율을 훼손한 이를 교화하는 까닭이며, 인욕의 자애를 행함은 저와 나를 보호하는 까닭이며, 정진의 자애를 행함은 중생을 짊어지는 까닭이며, 선정의 자애를 행함은 맛을 받아들이지 않는 까닭이며, 지혜의 자애를 행함은 때를 알지 못함이 없는 까닭이며, 방편의 자애를 행함은 온갖 것을 나타내 보이는 까닭이며, 숨김없는 자애를 행함은 곧은 마음이 청정한 까닭이며, 깊은 마음의 자애를 행함은 잡됨이 없는 행인 까닭이며, 속임 없는 자애를 행함은 거짓이 아닌 까닭이며, 안락의 자애를 행함은 부처님의 즐거움을 얻게 하는 까닭입니다. 보살의 자애는 이와 같습니다.」
문수사리가 또 물었다. 「무엇을 연민이라 합니까?」
답하였다. 「보살이 지은 공덕을 다 온갖 중생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기쁨이라 합니까?」
답하였다. 「이롭게 하는 바가 있으면 기뻐하고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을 버림이라 합니까?」
답하였다. 「지은 복과 도움에 바라는 바가 없는 것입니다.」
문수사리가 또 물었다. 「생사에 두려움이 있으니 보살은 마땅히 무엇에 의지해야 합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보살은 생사의 두려움 가운데서 마땅히 여래의 공덕의 힘에 의지해야 합니다.」
문수사리가 또 물었다. 「보살이 여래의 공덕의 힘에 의지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어디에 머물러야 합니까?」
답하였다. 「보살이 여래의 공덕의 힘에 의지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온갖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킴에 머물러야 합니다.」
또 물었다. 「중생을 제도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무엇을 없애야 합니까?」
답하였다. 「중생을 제도하고자 한다면 그 번뇌를 없애야 합니다.」
또 물었다. 「번뇌를 없애고자 한다면 마땅히 무엇을 행해야 합니까?」
답하였다. 「마땅히 바른 생각을 행해야 합니다.」
또 물었다. 「어떻게 바른 생각을 행합니까?」
답하였다. 「마땅히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음을 행해야 합니다.」
또 물었다. 「어떤 법이 나지 않고 어떤 법이 없어지지 않습니까?」
답하였다. 「선하지 않음이 나지 않고 선한 법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또 물었다. 「선함과 선하지 않음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습니까?」
답하였다. 「몸을 근본으로 삼습니다.」
또 물었다. 「몸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습니까?」
답하였다. 「욕심과 탐욕을 근본으로 삼습니다.」
또 물었다. 「욕심과 탐욕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습니까?」
답하였다. 「허망한 분별을 근본으로 삼습니다.」
또 물었다. 「허망한 분별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습니까?」
답하였다. 「뒤바뀐 생각을 근본으로 삼습니다.」
또 물었다. 「뒤바뀐 생각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습니까?」
답하였다. 「머무름 없음을 근본으로 삼습니다.」
또 물었다. 「머무름 없음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습니까?」
답하였다. 「머무름 없음에는 곧 근본이 없습니다. 문수사리여, 머무름 없는 근본으로부터 온갖 법이 세워집니다.」
그때 유마힐의 방에 한 천녀가 있었는데, 여러 대인들이 설하는 법을 듣고 곧 그 몸을 나타내어 하늘 꽃을 여러 보살과 대제자들 위에 뿌렸다. 꽃이 여러 보살들에게 이르러서는 곧 다 떨어졌으나, 대제자들에게 이르러서는 곧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온갖 제자들이 신력으로 꽃을 떨쳐버리려 하였으나 떨어지게 할 수 없었다. 그때 천녀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꽃을 떨쳐버리려 하십니까?」
답하였다. 「이 꽃은 법답지 않으니 이런 까닭에 떨쳐버리려는 것입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이 꽃을 법답지 않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꽃은 분별하는 바가 없으니, 어진 이께서 스스로 분별하는 생각을 내는 것뿐입니다. 만약 불법에 출가하여 분별하는 바가 있다면 법답지 않은 것이며, 만약 분별하는 바가 없다면 이는 곧 법다운 것입니다. 여러 보살에게는 꽃이 붙지 않음을 보시니, 이미 온갖 분별하는 생각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사람이 두려워할 때에 사람 아닌 것이 그 틈을 얻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제자들이 생사를 두려워하는 까닭에 색·성·향·미·촉이 그 틈을 얻는 것입니다. 이미 두려움을 여읜 자에게는 온갖 오욕이 능히 어찌하지 못하며, 맺힘의 습기가 다하지 않은 자에게는 꽃이 몸에 붙는 것일 뿐입니다. 맺힘의 습기가 다한 자에게는 꽃이 붙지 않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천녀는 이 방에 머문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답하였다. 「내가 이 방에 머문 것은 마치 원로의 해탈과 같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이곳에 머문 지 오래되었습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원로의 해탈은 또한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사리불이 잠자코 대답하지 못하였다. 천녀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원로의 큰 지혜로도 잠자코 계십니까?」
답하였다. 「해탈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니, 이런 까닭에 내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언설과 문자가 다 해탈의 모습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해탈이란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며 그 둘의 중간에도 있지 않으며, 문자도 또한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며 그 둘의 중간에도 있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에 사리불이여, 문자를 여의고서 해탈을 설함이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온갖 법이 이 해탈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다시는 음탕함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여의는 것을 해탈이라 하지 않습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증상만인(增上慢人)을 위하여 음탕함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여의는 것을 해탈이라 설하신 것일 뿐이니, 만약 증상만이 없는 자라면 부처님께서는 음탕함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성품이 곧 해탈이라고 설하십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천녀여! 그대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으로 증득하였기에 변재가 이와 같습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나는 얻음도 없고 증득함도 없으니, 이런 까닭에 변재가 이와 같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만약 얻음이 있고 증득함이 있는 자라면 곧 불법에 있어 증상만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 천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삼승 가운데 어느 것을 뜻하여 구합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성문의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는 까닭에 나는 성문이 되고, 인연의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는 까닭에 나는 벽지불이 되며, 큰 자비의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는 까닭에 나는 대승이 됩니다. 사리불이여, 사람이 첨복나무 숲에 들어가면 오직 첨복꽃의 향기만 맡을 뿐 다른 향기는 맡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이 방에 들어가면 다만 부처님 공덕의 향기만 맡을 뿐 성문과 벽지불의 공덕의 향기를 듣기를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사리불이여, 제석천과 범천과 사천왕과 여러 천신과 용과 귀신 등이 이 방에 들어오면 이 상인이 강설하는 정법을 듣고 다 부처님 공덕의 향기를 즐거워하여 도의 마음을 내고 나갑니다. 사리불이여, 내가 이 방에 머문 지 십이 년이 되었으나 처음부터 성문과 벽지불의 법을 설함을 듣지 못하였고, 다만 보살의 큰 자애와 큰 연민과 부사의한 여러 부처님의 법을 들었을 뿐입니다. 사리불이여, 이 방에는 항상 여덟 가지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이 나타납니다.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이 방은 항상 금색 광명으로 비추어 밤낮의 다름이 없으며 해와 달이 비추는 것으로써 밝음을 삼지 않으니, 이것이 첫째의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이며, 이 방에 들어온 자는 온갖 더러움에 시달리지 않으니, 이것이 둘째의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이며, 이 방에는 항상 제석천과 범천과 사천왕과 다른 곳의 보살들이 와서 모임이 끊이지 않으니, 이것이 셋째의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이며, 이 방에서는 항상 육바라밀의 물러나지 않는 법을 설하니, 이것이 넷째의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이며, 이 방에서는 항상 천상과 인간의 제일가는 음악을 지어 거문고로 무량한 법의 교화의 소리를 내니, 이것이 다섯째의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이며, 이 방에는 네 개의 큰 창고가 있어 온갖 보배가 가득 쌓여 있어 궁핍한 이를 구제하고 부족한 이를 도우되 구하여도 다함이 없으니, 이것이 여섯째의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이며, 이 방에는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아촉불, 보덕, 보염, 보월, 보엄, 난승, 사자향, 일체리성 등 이와 같은 시방의 무량한 여러 부처님이 이 상인이 생각할 때에 곧 다 오시어 여러 부처님의 비밀하고 요긴한 법장을 널리 설하시고 설함을 마치면 돌아가시니, 이것이 일곱째의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이며, 이 방에는 온갖 여러 천신의 장엄한 궁전과 여러 부처님의 정토가 다 그 가운데 나타나니, 이것이 여덟째의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입니다. 사리불이여, 이 방에는 항상 여덟 가지 일찍이 없던 얻기 어려운 법이 나타나는데, 누가 이 부사의한 일을 보고서 다시 성문의 법을 즐거워하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습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내가 십이 년 이래로 여인의 모습을 구하였으나 끝내 얻을 수 없었으니, 무엇을 바꾸어야 합니까? 비유하자면 요술사가 요술로 여인을 지었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는가」라고 묻는다면, 이 사람이 바른 질문을 하는 것입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허깨비는 정해진 모습이 없으니 무엇을 바꾸어야 합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온갖 법도 또한 이와 같아서 정해진 모습이 있지 않으니, 어찌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느냐고 묻는 것입니까?」
그때 천녀가 신통력으로써 사리불을 변화시켜 천녀와 같게 하고, 천녀는 스스로 몸을 변화시켜 사리불과 같게 하고서 물었다.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습니까?」
사리불이 천녀의 모습으로써 답하여 말하였다. 「나는 이제 어떻게 바뀌어 여인의 몸이 되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만약 능히 이 여인의 몸을 바꿀 수 있다면 온갖 여인도 또한 마땅히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사리불이 여인이 아니면서 여인의 몸을 나타내듯이, 온갖 여인도 또한 이와 같아서 비록 여인의 몸을 나타내나 여인이 아닙니다. 이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온갖 법이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라고 설하셨습니다.」
그때 천녀가 다시 신력을 거두니 사리불의 몸이 다시 예전과 같이 되었다. 천녀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여인의 몸의 색상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여인의 몸의 색상은 있음도 없고 있지 않음도 없습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온갖 법도 또한 이와 같아서 있음도 없고 있지 않음도 없습니다. 무릇 있음도 없고 있지 않음도 없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입니다.」
사리불이 천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곳에서 사라지면 마땅히 어디에 태어납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부처님의 화현이 태어나는 곳에 나도 저와 같이 태어납니다.」
말하였다. 「부처님의 화현이 태어나는 것은 사라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중생도 오히려 그러하여 사라지고 태어남이 없습니다.」
사리불이 천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얼마나 지나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습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사리불이 다시 범부가 될 때에야 나는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내가 범부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는 것도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보리는 머무는 곳이 없으니 이런 까닭에 얻는 자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이제 여러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고 이미 얻으셨고 마땅히 얻으실 분이 항하사와 같은데, 이를 다 무엇이라 이릅니까?」
천녀가 말하였다. 「다 세속의 문자와 수(數)로써 삼세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지 보리에 가고 옴과 지금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습니까?」
말하였다. 「얻는 바 없는 까닭에 얻었습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여러 부처님과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얻는 바 없는 까닭에 얻으신 것입니다.」
그때 유마힐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이 천녀는 이미 일찍이 구십이억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이미 능히 보살의 신통에 노닐어 원하는 바를 갖추었으며, 무생법인을 얻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본래의 서원 때문에 뜻대로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는 것입니다.」
【불도품 제8】
그때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보살은 어떻게 불도에 통달합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도 아닌 것을 행한다면 이것이 불도에 통달함이 됩니다.」
또 물었다. 「어떻게 보살이 도 아닌 것을 행합니까?」
답하였다. 「만약 보살이 오무간죄를 행하면서도 성내고 괴로워함이 없으며, 지옥에 이르러서도 온갖 죄의 더러움이 없으며, 축생에 이르러서도 무명과 교만 등의 허물이 없으며, 아귀에 이르러서도 공덕을 갖추며, 색계와 무색계의 도를 행하면서도 그것을 뛰어난 것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탐욕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온갖 물듦과 집착을 여의며, 성냄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온갖 중생에 대해 성내고 막힘이 없으며, 어리석음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지혜로써 그 마음을 조복하며, 인색함과 탐욕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안팎의 소유한 것을 버려 몸과 목숨도 아끼지 않으며, 계율을 훼손함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청정한 계율에 편안히 머물러 작은 죄에 이르러서도 오히려 큰 두려움을 품으며, 성냄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항상 자애롭게 참으며, 게으름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부지런히 공덕을 닦으며, 어지러운 뜻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항상 선정을 생각하며, 어리석음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세간과 출세간의 지혜에 통달하며, 아첨하고 거짓됨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방편을 잘하여 여러 경전의 뜻을 따르며, 교만함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중생에 대해 마치 다리와 같으며, 온갖 번뇌를 행함을 보이면서도 마음은 항상 청정하며, 마군에 들어감을 보이면서도 부처님의 지혜를 따라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며, 성문에 들어감을 보이면서도 중생을 위하여 아직 듣지 못한 법을 설하며, 벽지불에 들어감을 보이면서도 큰 자비를 성취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가난함에 들어감을 보이면서도 보배의 손이 있어 공덕이 다함이 없으며, 몸이 온전치 못함에 들어감을 보이면서도 온갖 상호를 갖추어 스스로 장엄하며, 비천함에 들어감을 보이면서도 부처님의 종성 가운데 태어나 온갖 공덕을 갖추며, 여위고 추함에 들어감을 보이면서도 나라연의 몸을 얻어 온갖 중생이 즐거이 보는 바가 되며, 늙음과 병에 들어감을 보이면서도 영원히 병의 근본을 끊어 죽음의 두려움을 초월하며, 살림살이의 자재함이 있음을 보이면서도 항상 무상함을 관하여 실로 탐하는 바가 없으며, 처첩과 궁녀가 있음을 보이면서도 항상 오욕의 진흙탕을 멀리 여의며, 어눌하고 둔함을 나타내면서도 변재를 성취하여 총지에 잃음이 없으며, 삿된 건넘에 들어감을 보이면서도 바른 건넘으로써 온갖 중생을 제도하며, 온갖 도에 두루 들어감을 나타내면서도 그 인연을 끊으며, 열반을 나타내면서도 생사를 끊지 않습니다. 문수사리여, 보살이 능히 이와 같이 도 아닌 것을 행한다면 이것이 불도에 통달함이 됩니다.」
이에 유마힐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무엇을 여래의 종자라 합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몸이 있음이 종자가 되고, 무명과 존재에 대한 애착이 종자가 되며,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종자가 되고, 네 가지 뒤바뀜이 종자가 되며, 다섯 가지 덮개가 종자가 되고, 육입이 종자가 되며, 칠식처(七識處)가 종자가 되고, 여덟 가지 삿된 법이 종자가 되며, 아홉 가지 번뇌의 처소가 종자가 되고, 열 가지 선하지 않은 도가 종자가 됩니다. 요약하여 말하면 육십이견 및 온갖 번뇌가 다 부처님의 종자입니다.」
말하였다. 「무엇을 말함입니까?」
답하였다. 「만약 무위를 보아 바른 지위에 들어간 자라면 다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 수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높은 언덕의 육지에는 연꽃이 나지 않고 낮고 습한 진흙탕에서야 이 꽃이 나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무위법을 보아 바른 지위에 들어간 자는 끝내 다시는 불법을 낼 수 없으니, 번뇌의 진흙 가운데서야 중생이 불법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또 씨앗을 허공에 심으면 끝내 자라날 수 없고 거름진 땅에서야 능히 무성해지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무위의 바른 지위에 들어간 자는 불법을 내지 못하며, 나라는 견해를 일으킴이 수미산과 같더라도 오히려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불법을 낼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마땅히 온갖 번뇌가 여래의 종자가 됨을 알아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큰 바다에 들어가지 않으면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구슬을 얻을 수 없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번뇌의 큰 바다에 들어가지 않으면 온갖 지혜의 보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때 대가섭이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문수사리여! 이 말씀을 통쾌하게 하셨습니다. 진실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진로(塵勞)의 무리가 여래의 종자가 됩니다. 저희들은 이제 다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 수 없으니, 오무간죄에 이르러서도 오히려 능히 뜻을 내어 불법을 낼 수 있으나 이제 저희들은 영원히 낼 수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근기가 무너진 이가 오욕에 대해 다시는 이롭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성문으로서 온갖 맺힘을 끊은 자는 불법 가운데 다시는 이익됨이 없어 영원히 뜻하여 원하지 못합니다. 이런 까닭에 문수사리여, 무릇 범부는 불법에 대해 돌이킴이 있으나 성문은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범부는 불법을 듣고서 능히 위없는 도의 마음을 일으켜 삼보를 끊지 않으나, 설사 성문이 종신토록 부처님의 법과 힘과 두려움 없음 등을 듣더라도 영원히 위없는 도의 뜻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때 모임 가운데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보현색신이었는데, 유마힐에게 물었다. 「거사여, 부모와 처자와 친척과 권속과 아전과 백성과 아는 이들은 다 누구입니까? 노비와 종과 코끼리와 말과 수레는 다 어디에 있습니까?」
이에 유마힐이 게송으로써 답하여 말하였다.
「지혜의 건넘은 보살의 어머니요, 방편으로써 아버지를 삼으니, 온갖 대중의 인도하는 스승들이 이로 말미암아 나지 않음이 없네. 법의 기쁨으로써 아내를 삼고, 자비의 마음으로 딸을 삼으며, 선한 마음과 성실함으로 아들을 삼고, 필경 공적함으로 집을 삼네. 제자들은 뭇 진로(塵勞)이나 뜻을 따라 굴려지고, 도품(道品)은 선지식이니 이로 말미암아 정각을 이루네. 여러 바라밀은 법의 벗이요, 사섭법은 노래하는 여인이니, 노래하며 법의 말씀을 외우니 이로써 음악을 삼네. 총지의 동산과 뜰이요, 무루법의 숲과 나무이며, 각의(覺意)는 청정하고 미묘한 꽃이요, 해탈은 지혜의 열매이네. 팔해탈의 목욕하는 못에는 선정의 물이 잔잔히 가득하고, 일곱 가지 청정한 꽃을 펼쳐서 이 때 없는 사람을 목욕시키네. 코끼리와 말은 오신통으로 달리고, 대승으로써 수레를 삼으며, 한마음으로 다스려 팔정도를 노니네. 상호를 갖추어 얼굴을 장엄하고, 온갖 좋은 모습으로 자태를 꾸미며, 부끄러움은 으뜸가는 옷이요, 깊은 마음은 꽃다발이 되네. 일곱 가지 재물을 풍부히 지녀 가르쳐 늘려 나가며, 설한 대로 수행하여 회향함을 큰 이익으로 삼네. 사선(四禪)으로 평상과 자리를 삼고 청정한 생명으로부터 나며, 다문(多聞)으로 지혜를 늘려 스스로 깨닫는 소리를 삼네. 감로의 법의 음식이요, 해탈의 맛은 음료가 되며, 청정한 마음으로 목욕하고 계품(戒品)으로 향을 바르네. 번뇌의 도적을 꺾어 멸하니 용맹하고 굳세어 넘을 자 없고, 네 가지 마군을 항복시켜 승리의 깃발을 도량에 세우네. 비록 일어남과 사라짐이 없음을 알지만 저들을 위한 까닭에 태어남이 있음을 보이며, 온갖 국토에 다 나타나되 해와 같이 보지 않음이 없네. 시방의 무량한 억의 여래께 공양하되, 여러 부처님과 자기 몸에 분별하는 생각이 없네. 비록 여러 부처님의 국토와 중생이 공함을 알지만 항상 정토를 닦아 뭇 중생을 교화하네. 온갖 있는 중생의 무리, 형상과 소리와 위의를, 두려움 없는 힘의 보살은 한때에 능히 다 나타내네. 뭇 마군의 일을 깨달아 알면서도 그 행을 따름을 보이며, 잘 방편의 지혜로써 뜻을 따라 다 능히 나타내네. 혹은 늙음과 병과 죽음을 보여 온갖 무리를 성취시키니, 허깨비 같은 화현임을 요연히 알아 걸림 없이 통달하며, 혹은 겁이 다하여 불타는 것을 나타내어 하늘과 땅이 다 훤히 타올라, 사람들이 항상하다는 생각을 지녔으면 비추어 무상함을 알게 하네. 무수한 억의 중생이 함께 와서 보살에게 청하면, 한때에 그 집에 이르러 교화하여 불도를 향하게 하네. 경서와 금주술과 정교한 온갖 재주와 기예를, 다 나타내어 이러한 일을 행하여 뭇 중생을 이롭게 하네. 세간의 뭇 도의 법에 다 그 가운데서 출가하여, 이로써 사람의 미혹을 풀되 삿된 견해에 떨어지지 않네. 혹은 해와 달과 천신이 되고 범천왕과 세계의 주인이 되며, 혹 때로는 땅과 물이 되고 혹 다시 바람과 불이 되네. 겁 중에 질병이 있으면 나타나 여러 약초가 되어, 만약 복용하는 자가 있으면 병을 없애고 뭇 독을 소멸시키며. 겁 중에 굶주림이 있으면 몸을 나타내어 음식이 되어, 먼저 저 굶주림과 목마름을 구하고 나서 법의 말씀으로 사람을 인도하며. 겁 중에 칼과 병란이 있으면 그들을 위해 자비를 일으켜, 저 온갖 중생을 교화하여 다툼 없는 자리에 머물게 하네. 만약 큰 전쟁이 있으면 평등한 힘으로써 세워, 보살이 위세를 나타내어 항복시켜 화평하고 편안케 하네. 온갖 국토 중에 여러 지옥이 있는 곳에는 문득 그곳에 가서 그 고뇌를 힘써 구제하며, 온갖 국토 중에 축생이 서로 잡아먹는 곳에는 다 나타나 그곳에 태어나 이롭게 하네. 오욕을 받음을 보이면서도 또한 다시 선정을 행함을 나타내어, 마군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여 그 틈을 얻지 못하게 하네. 불 속에서 연꽃이 나는 것을 희유하다고 이를 만하듯이, 욕망 가운데 있으면서 선정을 행함도 희유함이 또한 이와 같네. 혹은 나타나 음란한 여인이 되어 여러 좋아하는 색을 지닌 이를 이끄니, 먼저 욕망의 갈고리로 이끌고 나서 뒤에는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가게 하며. 혹은 고을의 주인이 되고 혹은 상인의 인도자가 되며, 국사와 대신이 되어 중생을 이롭게 돕네. 온갖 가난하고 궁핍한 자에게는 나타나 다함없는 창고가 되어, 이로써 권하여 인도하여 보리심을 내게 하네. 나의 마음이 교만한 자에게는 나타나 큰 역사가 되어, 온갖 오만함을 사그라뜨려 없애어 위없는 도에 머물게 하네. 두려워하는 무리가 있으면 앞에 있어 위로하고 편안케 하여, 먼저 두려움 없음을 베풀고 나서 도의 마음을 내게 하네. 혹은 음욕을 여읨을 나타내어 오신통의 선인이 되어, 뭇 무리를 열어 인도하여 계율과 인욕과 자애에 머물게 하네. 섬김을 받아야 할 이를 보면 나타나 종이 되어, 이미 그 뜻을 기쁘게 하고 나서 이에 도의 마음을 내게 하며, 저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따라 불도에 들어가게 하니, 잘 방편의 힘으로써 다 능히 넉넉히 채워주네. 이와 같이 도는 무량하고 행하는 바가 끝이 없으며, 지혜는 끝없어 무수한 무리를 제도하여 해탈시키네. 설사 온갖 부처님이 무량한 억 겁 동안 그 공덕을 찬탄하시더라도 오히려 다할 수 없거늘, 누가 이러한 법을 듣고 보리심을 내지 않겠는가? 저 못난 사람과 어리석고 지혜 없는 자를 제외하고는.」
【입불이법문품 제9】
그때 유마힐이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보살은 어떻게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갑니까? 각기 즐거워하는 바를 따라 설해 보십시오.」
모임 가운데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법자재였는데, 말하였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생겨남과 사라짐이 둘이 됩니다. 법은 본래 생겨나지 않으니 지금도 사라짐이 없으며, 이 무생법인을 얻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덕수보살이 말하였다. 「나와 나의 것이 둘이 됩니다. 나가 있음으로 인하여 곧 나의 것이 있으니, 만약 나가 있지 않다면 곧 나의 것도 없습니다.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불순보살이 말하였다. 「받아들임과 받아들이지 않음이 둘이 됩니다. 만약 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곧 얻을 수 없으며, 얻을 수 없음으로써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으며 지음도 없고 행함도 없습니다.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덕정보살이 말하였다. 「더러움과 청정함이 둘이 됩니다. 더러움의 실제 성품을 본다면 곧 청정한 모습도 없으니, 사라진 모습을 따르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선숙보살이 말하였다. 「움직임과 생각함이 둘이 됩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곧 생각함이 없고, 생각함이 없으면 곧 분별함이 없으니, 이를 통달하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선안보살이 말하였다. 「한 모습과 모습 없음이 둘이 됩니다. 만약 한 모습이 곧 모습 없음임을 알고 또한 모습 없음도 취하지 않아 평등함에 들어간다면,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묘비보살이 말하였다. 「보살의 마음과 성문의 마음이 둘이 됩니다. 마음의 모습이 공하여 허깨비 같음을 관하는 자에게는 보살의 마음도 없고 성문의 마음도 없으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불사보살이 말하였다. 「선함과 선하지 않음이 둘이 됩니다. 만약 선함과 선하지 않음을 일으키지 않고 모습 없음의 경계에 들어가 통달한다면,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사자보살이 말하였다. 「죄와 복이 둘이 됩니다. 만약 죄의 성품에 통달한다면 곧 복과 다름이 없으니, 금강의 지혜로써 이 모습을 결단하여 알아 얽매임도 없고 풀림도 없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사자의보살이 말하였다. 「번뇌 있음과 번뇌 없음이 둘이 됩니다. 만약 온갖 법이 평등함을 얻는다면 곧 번뇌 있다는 생각과 번뇌 없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모습에 집착하지도 않고 또한 모습 없음에도 머물지 않으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정해보살이 말하였다. 「유위와 무위가 둘이 됩니다. 만약 온갖 수(數)를 여읜다면 곧 마음이 허공과 같아지니, 청정한 지혜로써 걸림이 없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나라연보살이 말하였다.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됩니다. 세간의 성품이 공하니 곧 출세간이며, 그 가운데 들어감도 없고 나감도 없으며 넘침도 없고 흩어짐도 없으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선의보살이 말하였다. 「생사와 열반이 둘이 됩니다. 만약 생사의 성품을 본다면 곧 생사가 없고 얽매임도 없고 풀림도 없으며 그러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으니, 이렇게 이해하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현견보살이 말하였다. 「다함과 다하지 않음이 둘이 됩니다. 법이 만약 구경에 다하거나 다하지 않거나 다 다함없는 모습이며, 다함없는 모습이 곧 공이니 공하다면 곧 다함과 다하지 않음의 모습도 없습니다. 이렇게 들어가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보수보살이 말하였다. 「나와 나 없음이 둘이 됩니다. 나조차 오히려 얻을 수 없거늘 나 없음을 어찌 얻을 수 있겠습니까? 나의 실제 성품을 보는 자는 다시는 둘을 일으키지 않으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전천보살이 말하였다. 「밝음과 무명이 둘이 됩니다. 무명의 실제 성품이 곧 밝음이며, 밝음도 또한 취할 수 없으니, 온갖 수를 여의어 그 가운데 평등하고 둘이 없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희견보살이 말하였다. 「색과 색이 공함이 둘이 됩니다. 색이 곧 공이니 색이 사라져서 공한 것이 아니라 색의 성품이 스스로 공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과 식이 공함이 둘이 되니, 식이 곧 공이며 식이 사라져서 공한 것이 아니라 식의 성품이 스스로 공한 것이니, 그 가운데 통달하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명상보살이 말하였다. 「사대의 다름과 공대의 다름이 둘이 됩니다. 사대의 성품이 곧 공대의 성품이니, 앞의 경계와 뒤의 경계가 공한 까닭에 중간의 경계도 또한 공합니다. 만약 능히 이와 같이 온갖 대(大)의 성품을 안다면,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묘의보살이 말하였다. 「눈과 색이 둘이 됩니다. 만약 눈의 성품을 알아 색에 대해 탐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어리석지 않다면, 이를 적멸이라 이름합니다. 이와 같이 귀와 소리, 코와 향기, 혀와 맛, 몸과 감촉, 뜻과 법이 둘이 되니, 만약 뜻의 성품을 알아 법에 대해 탐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어리석지 않다면, 이를 적멸이라 이름하며, 그 가운데 편안히 머무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무진의보살이 말하였다. 「보시와 온갖 지혜에 회향함이 둘이 됩니다. 보시의 성품이 곧 온갖 지혜에 회향하는 성품이니, 이와 같이 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와 온갖 지혜에 회향함이 둘이 되니, 지혜의 성품이 곧 온갖 지혜에 회향하는 성품이며, 그 가운데 한 모습에 들어가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심혜보살이 말하였다. 「공과 모습 없음과 지음 없음이 둘이 됩니다. 공이 곧 모습 없음이요 모습 없음이 곧 지음 없음이니, 만약 공·무상·무작이라면 곧 마음과 뜻과 식이 없으며, 하나의 해탈문이 곧 세 가지 해탈문인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적근보살이 말하였다. 「부처님과 법과 승가가 둘이 됩니다. 부처님이 곧 법이요 법이 곧 승가이니, 이 삼보가 다 무위의 모습으로서 허공과 평등하며 온갖 법도 또한 그러합니다. 능히 이를 따라 행하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심무애보살이 말하였다. 「몸과 몸의 사라짐이 둘이 됩니다. 몸이 곧 몸의 사라짐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몸의 실상을 보는 자는 몸을 본다는 것과 몸의 사라짐을 본다는 것을 일으키지 않으니, 몸과 몸의 사라짐이 둘도 없고 분별도 없어 그 가운데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상선보살이 말하였다. 「몸과 입과 뜻의 업이 둘이 됩니다. 이 세 가지 업이 다 지음 없는 모습이니, 몸에 지음 없는 모습이 곧 입에 지음 없는 모습이며, 입에 지음 없는 모습이 곧 뜻에 지음 없는 모습이며, 이 세 가지 업에 지음 없는 모습이 곧 온갖 법에 지음 없는 모습입니다. 능히 이와 같이 지음 없는 지혜를 따르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복전보살이 말하였다. 「복의 행과 죄의 행과 움직이지 않는 행이 둘이 됩니다. 세 가지 행의 실제 성품이 곧 공이니, 공하다면 곧 복의 행도 없고 죄의 행도 없고 움직이지 않는 행도 없습니다. 이 세 가지 행에 대해 일으키지 않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화엄보살이 말하였다. 「나로부터 둘을 일으킴이 둘이 됩니다. 나의 실상을 보는 자는 두 법을 일으키지 않으며, 만약 두 법에 머물지 않는다면 곧 식(識)도 없으니, 아는 바가 없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덕장보살이 말하였다. 「얻는 바 있다는 모습이 둘이 됩니다. 만약 얻는 바가 없다면 곧 취함과 버림이 없으니, 취함과 버림이 없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월상보살이 말하였다. 「어둠과 밝음이 둘이 됩니다.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다면 곧 둘이 있지 않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멸수상정에 들어가면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는 것과 같이, 온갖 법의 모습도 또한 이와 같으니, 그 가운데 평등하게 들어가는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보인수보살이 말하였다. 「열반을 즐거워함과 세간을 즐거워하지 않음이 둘이 됩니다. 만약 열반을 즐거워하지 않고 세간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곧 둘이 있지 않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만약 얽매임이 있다면 곧 풀림이 있으나, 만약 본래 얽매임이 없다면 그 누가 풀림을 구하겠습니까? 얽매임도 없고 풀림도 없다면 곧 즐거워함과 싫어함도 없으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주정왕보살이 말하였다. 「바른 도와 삿된 도가 둘이 됩니다. 바른 도에 머무는 자는 곧 이것이 삿되다 이것이 바르다고 분별하지 않으니, 이 둘을 여읜 자가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낙실보살이 말하였다. 「참됨과 참되지 않음이 둘이 됩니다. 참됨을 보는 자도 오히려 참됨을 보지 못하거늘 하물며 참되지 않음이겠습니까? 무슨 까닭인가 하면, 육안으로 보는 바가 아니라 지혜의 눈이라야 능히 보는 것이며, 이 지혜의 눈은 봄도 없고 보지 않음도 없으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이와 같이 여러 보살들이 각기 설하기를 마치고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무엇이 보살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입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나의 뜻으로는 온갖 법에 대해 말함도 없고 설함도 없으며 보임도 없고 앎도 없어 온갖 묻고 답함을 여의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 됩니다.」
이에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저희들이 각기 스스로 설하기를 마쳤습니다. 어진 이께서는 마땅히 무엇이 보살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이라고 설하시겠습니까?」
그때 유마힐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문수사리가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나아가 문자와 언어조차 있지 않으니, 이것이 참으로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감입니다.」
이 입불이법문품을 설할 때, 이 대중 가운데 오천 명의 보살이 다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 무생법인을 얻었다.
(유마힐소설경 권중)
유마힐소설경 권하
요진 삼장 구마라집 역
【향적불품 제10】
이에 사리불이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날이 저물어 가는데 이 여러 보살들은 마땅히 어디에서 먹어야 하는가?」
그때 유마힐이 그 뜻을 알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팔해탈을 설하셨으니 어진 이께서는 받아 행하시되, 어찌 욕심과 음식을 섞어서 법을 들으려 하십니까? 만약 드시고자 한다면 잠시 기다리십시오. 마땅히 그대로 하여금 일찍이 없던 음식을 얻게 하겠습니다.」
그때 유마힐이 곧 삼매에 들어 신통력으로써 여러 대중에게 위쪽 세계의 경계, 사십이 항하사 부처님 국토를 지난 곳에 있는 나라를 보이니 이름이 중향이며 부처님의 명호는 향적으로서 지금 현재 계셨다. 그 나라의 향기는 시방의 여러 부처님 세계 인간과 천상의 향기에 비하여 가장 제일이었다. 저 국토에는 성문과 벽지불이라는 이름이 있지 않고 오직 청정한 큰 보살 대중만이 있어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셨다. 그 세계는 온갖 것이 다 향으로써 누각을 지었고, 경행하는 향기 나는 땅과 동산도 다 향기로웠다. 그 음식의 향기는 시방의 무량한 세계에 두루 흘렀다. 그때 저 부처님께서 여러 보살들과 함께 앉아 공양하고 계셨는데, 여러 천자들이 있어 다 이름을 향엄이라 하며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저 부처님과 여러 보살에게 공양하니, 이 여러 대중이 다 눈으로 보지 않음이 없었다.
그때 유마힐이 여러 보살들에게 물었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누가 능히 저 부처님의 밥을 가져올 수 있겠습니까?」 문수사리의 위신력으로 인하여 다 잠자코 있었다. 유마힐이 말하였다. 「어진 이 여러 대중이여, 어찌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아직 배우지 않은 자를 가벼이 여기지 마십시오.」
이에 유마힐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대중 앞에서 화현으로 보살을 지어—상호와 광명이 위덕과 수승함이 대중을 압도하였다—그에게 일러 말하였다. 「그대는 위쪽 세계의 경계, 사십이 항하사 부처님 국토를 지나면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중향이며 부처님의 명호는 향적이라 하는데, 여러 보살들과 함께 앉아 공양하고 계신 곳으로 가시오. 그대가 가서 그곳에 이르거든 나의 말과 같이 아뢰시오. 「유마힐이 세존의 발아래 머리 숙여 예를 올립니다. 무량히 공경을 다하며 기거를 문안드리니, 병이 적으시고 번뇌가 적으시며 기력이 편안하십니까? 원컨대 세존께서 잡수시고 남은 것을 얻어 사바세계에서 부처님의 일을 베풀고자 하오니, 이 소법을 즐기는 이들로 하여금 큰 도를 넓히게 하고 또한 여래의 명성이 널리 들리게 하고자 합니다.」」
그때 화현한 보살이 곧 대중 앞에서 위쪽으로 올라갔다. 온 대중이 다 그가 가는 것을 보았고, 중향의 세계에 이르러 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또 그 말을 들었다. 「유마힐이 세존의 발아래 머리 숙여 예를 올립니다. 무량히 공경을 다하며 기거를 문안드리니, 병이 적으시고 번뇌가 적으시며 기력이 편안하십니까? 원컨대 세존께서 잡수시고 남은 것을 얻어 사바세계에서 부처님의 일을 베풀고자 하오니, 이 소법을 즐기는 이들로 하여금 큰 도를 넓히게 하고 또한 여래의 명성이 널리 들리게 하고자 합니다.」
저 여러 대사들이 화현한 보살을 보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이제 이 상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사바세계는 어디에 있는가? 어찌하여 소법을 즐기는 이라 이름하는가?」 곧 부처님께 물으니,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래쪽으로 사십이 항하사 부처님 국토를 지나면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사바이며 부처님의 명호는 석가모니로서 지금 현재 계신다. 오탁악세에서 소법을 즐기는 중생을 위하여 도의 가르침을 펼치신다. 그곳에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유마힐로서 부사의 해탈에 머물러 여러 보살을 위해 법을 설하는데, 그런 까닭에 화현을 보내어 나의 이름을 칭송하며 아울러 이 국토를 찬탄하여 저 보살들로 하여금 공덕을 더하게 하려는 것이다.」
저 보살이 말하였다. 「그 사람은 어떠하기에 이렇게 화현을 지을 수 있습니까? 덕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신통력이 이와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크도다. 온갖 시방으로 다 화현을 보내어 부처님의 일을 베풀어 중생을 이롭게 하느니라.」
이에 향적여래께서 온갖 향의 발우에 향기로운 밥을 가득 담아 화현한 보살에게 주셨다. 그때 저 구백만 보살들이 함께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저희도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불께 공양하고 아울러 유마힐 등 여러 보살 대중을 뵙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도 좋다. 그대들의 몸의 향기를 거두어 저 여러 중생으로 하여금 미혹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게 하라. 또 마땅히 그대들의 본래 형체를 버려 저 나라에서 보살을 구하는 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라. 또 그대들은 저곳에서 가벼이 여기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품거나 걸림이 있다는 생각을 짓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시방의 국토가 다 허공과 같으며, 또 여러 부처님께서 소법을 즐기는 이들을 교화하고자 그 청정한 국토를 다 나타내지 않으실 뿐이기 때문이다.」 그때 화현한 보살이 발우의 밥을 받고서 저 구백만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의 위신력과 유마힐의 힘을 받들어 저 세계에서 홀연히 사라져 잠깐 사이에 유마힐의 집에 이르렀다.
그때 유마힐이 곧 구백만 개의 사자좌를 화현으로 지으니 장엄하고 아름답기가 이전과 같아 여러 보살들이 다 그 위에 앉았다. 이 화현한 보살이 가득한 발우의 향기로운 밥을 유마힐에게 드리니, 밥의 향기가 비야리성과 삼천대천세계에 널리 풍겼다. 그때 비야리의 바라문과 거사들이 이 향기를 맡고 몸과 뜻이 상쾌하여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이에 장자 주인 월개가 팔만 사천 인을 데리고 유마힐의 집에 들어왔다. 그 방 안에 보살이 매우 많고 여러 사자좌가 높고 넓고 장엄하고 아름다움을 보고 다 크게 기뻐하며 여러 보살과 대제자에게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여러 땅의 신과 허공의 신과 욕계와 색계의 여러 천신들이 이 향기를 맡고 또한 다 유마힐의 집에 들어왔다.
그때 유마힐이 사리불 등 여러 대성문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들이여, 드십시오. 여래의 감로 맛의 밥은 큰 자비로 훈습된 것이니, 한정된 뜻으로써 이를 먹어 소화되지 못하게 하지 마십시오.」 어떤 다른 성문이 생각하였다. 「이 밥은 적은데 이 대중은 사람마다 마땅히 먹어야 하는구나.」 화현한 보살이 말하였다. 「성문의 작은 덕과 작은 지혜로써 여래의 무량한 복과 지혜를 헤아리지 마십시오! 사해는 마를 때가 있어도 이 밥은 다함이 없습니다! 온갖 사람으로 하여금 먹게 하되 수미산만큼 덩어리로 먹더라도 일 겁에 이르러서도 오히려 다할 수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다함없는 계·정·지혜·해탈·해탈지견의 공덕을 구족한 이가 먹고 남긴 것은 끝내 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발우의 밥이 온 대중을 다 배부르게 하고도 오히려 다하지 않았다. 그 여러 보살과 성문과 천신과 인간이 이 밥을 먹은 자는 몸이 편안하고 상쾌하니, 비유하자면 온갖 즐거움으로 장엄된 국토의 여러 보살들과 같았으며, 또 온갖 털구멍에서 다 미묘한 향기가 나오니 또한 중향국토의 여러 나무의 향기와 같았다.
그때 유마힐이 중향의 보살에게 물었다. 「향적여래께서는 무엇으로써 법을 설하십니까?」
저 보살이 말하였다. 「우리 국토의 여래께서는 문자로 설함이 없으시고 다만 온갖 향기로써 여러 천신과 인간으로 하여금 계율의 행에 들어가게 하실 뿐입니다. 보살들은 각기 향나무 아래 앉아 이 미묘한 향기를 맡고 곧 온갖 덕장삼매를 얻습니다. 이 삼매를 얻은 자는 보살의 있는 바 공덕이 다 갖추어집니다.」
저 여러 보살들이 유마힐에게 물었다. 「이제 세존 석가모니께서는 무엇으로써 법을 설하십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이 국토의 중생은 강퍅하여 교화하기 어려운 까닭에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강퍅한 말씀으로써 조복하십니다. 이것은 지옥이다, 이것은 축생이다, 이것은 아귀다, 이것은 여러 어려운 곳이다, 이것은 어리석은 이가 태어나는 곳이다; 이것은 몸의 삿된 행이다, 이것은 몸의 삿된 행의 과보다; 이것은 입의 삿된 행이다, 이것은 입의 삿된 행의 과보다; 이것은 뜻의 삿된 행이다, 이것은 뜻의 삿된 행의 과보다; 이것은 살생이다, 이것은 살생의 과보다; 이것은 주지 않은 것을 취함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삿된 음행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이간질하는 말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나쁜 말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뜻없는 말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탐욕과 질투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성냄과 번뇌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삿된 견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인색함과 아낌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계율을 훼손함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성냄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게으름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어지러운 뜻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어리석음이다, 이것은 그 과보다; 이것은 계율을 맺음이다, 이것은 계율을 지님이다, 이것은 계율을 범함이다; 이것은 마땅히 지어야 함이다, 이것은 마땅히 짓지 말아야 함이다; 이것은 장애다, 이것은 장애 아님이다; 이것은 죄를 얻음이다, 이것은 죄를 여읨이다; 이것은 청정함이다, 이것은 더러움이다; 이것은 번뇌 있음이다, 이것은 번뇌 없음이다; 이것은 삿된 도다, 이것은 바른 도다; 이것은 유위다, 이것은 무위다; 이것은 세간이다, 이것은 열반이다. 교화하기 어려운 사람의 마음이 원숭이와 같은 까닭에 갖가지 법으로써 그 마음을 제어하여야 비로소 조복할 수 있으니, 비유하자면 코끼리와 말이 사납고 거칠어 길들지 않으면 온갖 채찍질을 가하여 뼈에 사무치게 한 뒤에야 조복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강퍅하여 교화하기 어려운 중생인 까닭에 온갖 고통스럽고 절실한 말로써 하여야 비로소 계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 여러 보살들이 이 말씀을 듣고 다 말하였다. 「일찍이 없던 일입니다! 세존 석가모니불께서 그 무량한 자재의 힘을 감추시고 이에 가난한 이가 즐기는 법으로써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시니, 이 여러 보살들도 또한 능히 힘써 겸손하여 무량한 큰 자비로써 이 불국토에 태어나는 것이군요.」
유마힐이 말하였다. 「이 국토의 보살들이 온갖 중생에 대해 큰 자비가 견고함은 진실로 말씀하신 바와 같습니다. 그러나 그 한 생애 동안 중생을 이롭게 함이 저 나라에서 백천 겁 동안 행하는 것보다 많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사바세계에는 열 가지 선한 법이 있어 다른 여러 정토에는 있지 않은 바입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보시로써 가난하고 궁핍한 이를 거두고, 청정한 계율로써 계율을 훼손한 이를 거두며, 인욕으로써 성내는 이를 거두고, 정진으로써 게으른 이를 거두며, 선정으로써 어지러운 뜻을 지닌 이를 거두고, 지혜로써 어리석은 이를 거두며, 어려움을 제거하는 법을 설하여 팔난을 건네주고, 대승의 법으로써 소승을 즐기는 이를 건네주며, 온갖 선근으로써 덕 없는 이를 구제하고, 항상 사섭법으로써 중생을 성취시키니, 이것이 열 가지입니다.」
저 보살이 말하였다. 「보살은 몇 가지 법을 성취해야 이 세계에서 행함에 흠이 없고 정토에 태어납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해야 이 세계에서 행함에 흠이 없고 정토에 태어납니다.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중생을 이롭게 하면서도 과보를 바라지 않으며, 온갖 중생을 대신하여 온갖 괴로움과 번뇌를 받아 지은 바 공덕을 다 그들에게 베풀며, 중생을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여 겸손하고 낮추어 걸림이 없으며, 여러 보살을 부처님처럼 보며, 아직 듣지 못한 경전을 듣고서도 의심하지 않으며, 성문과 서로 어긋나지 않으며, 저들의 공양을 질투하지 않고 자기의 이익을 높이지 않으며 그 가운데서 그 마음을 조복하며, 항상 자기의 허물을 살피고 남의 단점을 다투지 않으며, 항상 한마음으로 온갖 공덕을 구하니, 이것이 여덟 가지 법입니다.」
유마힐과 문수사리가 대중 가운데서 이 법을 설할 때, 백천의 천신과 인간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만 명의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었다.
【보살행품 제11】
이때 부처님께서 암라수원에서 법을 설하고 계셨는데, 그 땅이 홀연히 넓어지고 장엄한 일이 있어 온갖 대중이 다 금색이 되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로운 감응이 있습니까? 이곳이 홀연히 넓어지고 장엄한 일이 있어 온갖 대중이 다 금색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이는 유마힐과 문수사리가 여러 대중과 더불어 공경히 둘러싸여 뜻을 내어 오고자 하니, 그런 까닭에 먼저 이러한 상서로운 감응이 나타난 것이니라.」
이에 유마힐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함께 부처님을 뵙고 여러 보살들과 예를 갖추어 공양합시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갑시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유마힐이 곧 신력으로써 여러 대중과 아울러 사자좌를 지녀 오른 손바닥에 놓고 부처님 처소로 갔다. 이르러서는 땅에 놓고 부처님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를 돌고 한마음으로 합장하여 한쪽에 섰다. 그 여러 보살들도 곧 다 자리를 피하여 부처님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또한 일곱 바퀴를 돌아 한쪽에 섰으며, 여러 대제자와 제석천과 범천과 사천왕 등도 또한 다 자리를 피하여 부처님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이에 세존께서 법답게 여러 보살들을 위문하시고 각기 다시 앉게 하시니 곧 다 가르침을 받았다. 대중이 이미 자리를 정하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보살 대사의 자재한 신력이 하는 바를 보았는가?」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그대의 뜻에는 어떠한가?」 「세존이시여, 제가 보건대 부사의하여 뜻으로 그릴 수 있는 바가 아니요 헤아려 잴 수 있는 바도 아니옵니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맡은 향기는 예로부터 있지 않던 것인데 이것은 무슨 향기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이는 저 보살들의 털구멍의 향기니라.」
이에 사리불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의 털구멍에서도 또한 이 향기가 납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이는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말하였다. 「이는 장자 유마힐이 중향국으로부터 부처님께서 남기신 밥을 취하여 그 집에서 먹은 자는 온갖 털구멍이 다 이렇게 향기로운 것입니다.」
아난이 유마힐에게 물었다. 「이 향기는 얼마나 오래 머뭅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이 밥이 소화될 때까지입니다.」
말하였다. 「이 밥은 얼마나 오래 지나야 소화됩니까?」
말하였다. 「이 밥의 세력은 칠 일에 이르러야 비로소 소화됩니다. 또 아난이여, 만약 성문인이 바른 지위에 아직 들어가지 못하였는데 이 밥을 먹은 자라면 바른 지위에 들어감을 얻은 뒤에야 비로소 소화되며, 이미 바른 지위에 들어간 자가 이 밥을 먹으면 마음의 해탈을 얻은 뒤에야 비로소 소화되며, 만약 대승의 뜻을 아직 내지 못한 자가 이 밥을 먹으면 뜻을 낼 때에 이르러야 비로소 소화되며, 이미 뜻을 낸 자가 이 밥을 먹으면 무생법인을 얻은 뒤에야 비로소 소화되며, 이미 무생법인을 얻은 자가 이 밥을 먹으면 일생보처에 이른 뒤에야 비로소 소화됩니다. 비유하자면 약이 있어 이름을 상미(上味)라 하는데, 그것을 복용하는 자는 몸의 온갖 독이 없어진 뒤에야 비로소 소화되는 것과 같이, 이 밥도 이와 같아서 온갖 번뇌의 독을 다 없앤 뒤에야 비로소 소화됩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이 없던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향기로운 밥이 능히 부처님의 일을 짓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아난이여, 어떤 불국토는 부처님의 광명으로써 부처님의 일을 짓고, 어떤 곳은 여러 보살로써 부처님의 일을 지으며, 어떤 곳은 부처님께서 화현하신 사람으로써 부처님의 일을 짓고, 어떤 곳은 보리수로써 부처님의 일을 지으며, 어떤 곳은 부처님의 의복과 침구로써 부처님의 일을 짓고, 어떤 곳은 음식으로써 부처님의 일을 지으며, 어떤 곳은 동산과 숲과 누대로써 부처님의 일을 짓고, 어떤 곳은 삼십이상과 팔십수형호로써 부처님의 일을 지으며, 어떤 곳은 부처님의 몸으로써 부처님의 일을 짓고, 어떤 곳은 허공으로써 부처님의 일을 지으니, 중생이 마땅히 이러한 인연으로써 계율의 행에 들어감을 얻는다. 어떤 곳은 꿈과 허깨비와 그림자와 메아리와 거울 속의 형상과 물속의 달과 뜨거울 때의 아지랑이 같은 이러한 비유로써 부처님의 일을 짓고, 어떤 곳은 음성과 언어와 문자로써 부처님의 일을 지으며, 혹 어떤 청정한 불국토는 적막하여 말도 없고 설함도 없고 보임도 없고 앎도 없고 지음도 없고 함도 없이 부처님의 일을 짓는다. 이와 같이 아난이여, 여러 부처님의 위의와 나아가고 그침, 온갖 베푸는 바가 부처님의 일 아님이 없느니라.
「아난이여, 이 네 가지 마군과 팔만 사천의 온갖 번뇌의 문이 있어 여러 중생이 이로 인하여 피로한데, 여러 부처님께서는 곧 이 법으로써 부처님의 일을 지으시니, 이를 온갖 여러 부처님의 법문에 들어감이라 이름한다. 보살이 이 문에 들어간 자는 만약 온갖 청정하고 좋은 불국토를 보더라도 기뻐하지 않고 탐하지 않고 높이지 않으며, 만약 온갖 청정하지 못한 불국토를 보더라도 근심하지 않고 걸리지 않고 빠지지 않으며, 다만 여러 부처님에 대해 청정한 마음을 내어 기뻐하고 공경할 뿐이니, 일찍이 없던 일이다! 여러 부처님 여래의 공덕은 평등하나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에 불국토를 나타냄이 같지 않다. 아난이여, 그대가 여러 부처님의 국토를 보면 땅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허공에는 여러 가지가 없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여러 부처님의 색신을 보면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걸림 없는 지혜에는 여러 가지가 없느니라.
「아난이여, 여러 부처님의 색신·위엄스러운 모습·종성과, 계·정·지혜·해탈·해탈지견과, 력·무소외·불공법과, 대자·대비와, 위의로 행하는 바 및 그 수명과, 설법 교화와, 중생을 성취시킴과, 불국토를 청정히 함과, 여러 불법을 갖춤이 다 똑같으니, 이런 까닭에 삼먁삼불타라 이름하고 다타아가도라 이름하고 불타라 이름하느니라. 아난이여, 만약 내가 이 세 구절의 뜻을 자세히 설한다면 그대는 겁의 수명으로도 다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며, 설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중생이 다 아난처럼 다문(多聞)이 제일이어서 기억력과 총지를 얻더라도 이 여러 사람들이 겁의 수명으로도 또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니라. 이와 같이 아난이여, 여러 부처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한량이 있지 않으며 지혜와 변재도 부사의하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부터 감히 스스로 다문(多聞)이라 이르지 못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물러나려는 뜻을 일으키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내가 그대를 성문 가운데서 가장 다문이라 말한 것이지 보살을 이름이 아니니라. 그만두어라, 아난이여! 지혜 있는 자는 마땅히 여러 보살을 한계 짓지 말아야 하니, 온갖 바다의 깊음은 오히려 헤아릴 수 있어도 보살의 선정·지혜·총지·변재의 온갖 공덕은 헤아릴 수 없느니라. 아난이여, 그대들은 보살의 행하는 바를 제쳐두더라도, 이 유마힐이 한때에 나타낸 신통의 힘은 온갖 성문과 벽지불이 백천 겁 동안 힘을 다해 변화하더라도 지을 수 없는 것이니라.」
그때 저 중향세계에서 온 보살들이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처음에 이 국토를 보고 하열하다는 생각을 내었으나 이제 스스로 뉘우치고 꾸짖어 이 마음을 버려 여의었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여러 부처님의 방편은 부사의하여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까닭에 그 응할 바에 따라 불국토를 다르게 나타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작은 법이라도 내려주시어 저 국토에 돌아가서 마땅히 여래를 생각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여러 보살들에게 이르셨다. 「다함과 다함없는 해탈법문이 있으니 그대들은 마땅히 배워야 하느니라. 무엇을 다함이라 하는가? 유위법을 말한다. 무엇을 다함없음이라 하는가? 무위법을 말한다. 보살이란 유위를 다하지 않고 무위에 머물지 않느니라.
「무엇을 유위를 다하지 않음이라 하는가? 큰 자애를 여의지 않고 큰 자비를 버리지 않으며, 온갖 지혜의 마음을 깊이 내어 소홀히 하거나 잊지 않으며, 중생을 교화하되 끝내 싫증 내거나 게으르지 않으며, 사섭법에 있어 항상 따라 행함을 생각하며, 정법을 보호하여 지니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온갖 선근을 심되 피곤함과 싫증이 없으며, 뜻이 항상 안주하여 방편으로 회향하며, 법을 구함에 게으르지 않고 법을 설함에 아끼지 않으며, 여러 부처님께 부지런히 공양하는 까닭에 생사에 들어가면서도 두려워하는 바가 없으며, 온갖 영예와 치욕에 마음이 근심하거나 기뻐함이 없으며, 배우지 못한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배운 이를 부처님처럼 공경하며, 번뇌에 떨어진 자로 하여금 바른 생각을 내게 하며, 멀리 여의는 즐거움에 있어 그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자기의 즐거움에 집착하지 않고 남의 즐거움을 경사스럽게 여기며, 여러 선정에 있어서는 지옥이라는 생각과 같이 여기고 생사 가운데서는 동산을 구경한다는 생각과 같이 여기며, 와서 구하는 자를 보면 좋은 스승이라는 생각을 하여 온갖 소유한 것을 버리고 온갖 지혜를 갖춘다는 생각을 하며, 계율을 훼손한 사람을 보면 구원하여 보호한다는 생각을 일으키며, 여러 바라밀을 부모라는 생각을 하고 도품의 법을 권속이라는 생각을 하며, 선근을 행하여 일으킴에 한계가 없이 여러 청정한 나라를 장엄하는 일로써 자기의 불국토를 이루며, 한없는 보시를 행하여 상호를 구족하고, 온갖 악을 없애어 몸과 입과 뜻을 청정히 하며, 생사가 무수한 겁이라도 뜻에 용맹함이 있으며, 부처님의 무량한 덕을 듣고서 뜻이 게으르지 않으며, 지혜의 검으로써 번뇌의 도적을 깨뜨리고 오온·십팔계·십이입에서 벗어나 중생을 짊어져 영원히 해탈케 하며, 큰 정진으로써 마군을 꺾어 항복시키고 항상 생각 없는 실상의 지혜의 행을 구하며, 세간법에 있어서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알며 출세간에 있어서는 구함에 싫증이 없으면서도 세간법을 버리지 않고 위의의 법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능히 세속을 따르며, 신통의 지혜를 일으켜 중생을 이끌어 인도하고 기억력과 총지를 얻어 들은 바를 잊지 않으며, 온갖 근기를 잘 분별하여 중생의 의심을 끊고 즐겨 설하는 변재로써 법을 연설함에 걸림이 없으며, 십선도를 청정히 하여 천신과 인간의 복을 받으며, 사무량심을 닦아 범천의 도를 열며, 설법을 권청하고 따라 기뻐하며 선함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음성을 얻으며, 몸과 입과 뜻이 선하여 부처님의 위의를 얻으며, 선법을 깊이 닦아 행하는 바가 더욱 뛰어나며, 대승의 가르침으로써 보살승가를 이루며, 마음에 방일함이 없어 온갖 선함을 잃지 않으니, 이러한 법을 행함을 보살이 유위를 다하지 않음이라 이름한다.
「무엇을 보살이 무위에 머물지 않음이라 하는가? 공(空)을 닦아 배우되 공으로써 증득을 삼지 않으며, 무상(無相)과 무작(無作)을 닦아 배우되 무상과 무작으로써 증득을 삼지 않으며, 무기(無起)를 닦아 배우되 무기로써 증득을 삼지 않으며, 무상함을 관하되 선한 근본을 싫어하지 않으며, 세간의 괴로움을 관하되 생사를 미워하지 않으며, 나 없음을 관하되 사람을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으며, 적멸을 관하되 영원히 멸하지 않으며, 멀리 여읨을 관하되 몸과 마음으로 선을 닦으며, 돌아갈 바 없음을 관하되 선법으로 돌아가 나아가며, 남이 없음을 관하되 남이 있는 법으로써 온갖 것을 짊어지며, 번뇌 없음을 관하되 온갖 번뇌를 끊지 않으며, 행할 바 없음을 관하되 행하는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며, 공하여 없음을 관하되 큰 자비를 버리지 않으며, 정법의 지위를 관하되 소승을 따르지 않으며, 온갖 법이 허망하여 견고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주인도 없고 모습도 없음을 관하되, 본래의 서원이 아직 차지 않았으므로 복덕과 선정과 지혜를 헛되이 하지 않으니, 이러한 법을 닦음을 보살이 무위에 머물지 않음이라 이름한다.
「또 복덕을 갖춘 까닭에 무위에 머물지 않고, 지혜를 갖춘 까닭에 유위를 다하지 않는다. 큰 자비인 까닭에 무위에 머물지 않고, 본래의 서원을 채우는 까닭에 유위를 다하지 않는다. 법의 약을 모으는 까닭에 무위에 머물지 않고, 약을 주는 것을 따르는 까닭에 유위를 다하지 않는다. 중생의 병을 아는 까닭에 무위에 머물지 않고, 중생의 병을 없애는 까닭에 유위를 다하지 않는다. 여러 바른 사람인 보살은 이 법을 닦아 유위를 다하지 않고 무위에 머물지 않으니, 이것을 다함과 다함없는 해탈법문이라 이름하니, 그대들은 마땅히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저 여러 보살들이 이 법을 설함을 듣고 다 크게 기뻐하여 온갖 미묘한 꽃과 갖가지 색과 갖가지 향으로써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뿌려 부처님과 이 경전의 법 및 여러 보살에게 공양하고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여 말하였다. 「석가모니불께서는 이에 능히 이러한 훌륭한 방편을 행하시는구나.」 말을 마치자 홀연히 사라져 다시 저 나라에 이르렀다.
【견아촉불품 제12】
그때 세존께서 유마힐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여래를 뵙고자 하는데 어떻게 여래를 관하는가?」
유마힐이 말하였다. 「스스로 몸의 실상을 관하듯이 부처님을 관함도 또한 그러합니다. 저는 여래를 관함에 앞의 경계에서 오지 않고 뒤의 경계로 가지 않으며 지금도 머물지 않습니다. 색을 관하지 않고 색의 여여함도 관하지 않고 색의 성품도 관하지 않으며, 수·상·행·식을 관하지 않고 식의 여여함도 관하지 않고 식의 성품도 관하지 않으며, 사대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어서 허공과 같습니다. 육입에 쌓임이 없어 눈·귀·코·혀·몸·마음이 이미 지나갔으며, 삼계에 있지 않아 세 가지 더러움을 이미 여의었으며, 삼해탈문을 따르고 삼명을 갖추어 무명과 평등합니다. 한 모습도 아니고 다른 모습도 아니며, 자기의 모습도 아니고 남의 모습도 아니며, 모습 없음도 아니고 모습을 취함도 아닙니다. 이 언덕도 아니고 저 언덕도 아니며 중류에서도 중생을 교화하며, 적멸을 관하되 또한 영원히 멸하지도 않습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며, 이것으로써도 아니고 저것으로써도 아니며, 지혜로써 알 수 없고 식으로써 알 수 없습니다.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으며, 이름도 없고 모습도 없으며, 강함도 없고 약함도 없으며, 청정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습니다. 방위에 있지도 않고 방위를 여의지도 않으며, 유위도 아니고 무위도 아니며, 보임도 없고 설함도 없습니다. 베풂도 아니고 인색함도 아니며, 계율도 아니고 범함도 아니며, 인욕도 아니고 성냄도 아니며, 정진도 아니고 게으름도 아니며, 선정도 아니고 어지러움도 아니며, 지혜도 아니고 어리석음도 아니며, 성실함도 아니고 속임도 아니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며, 나가지도 않고 들어가지도 않아 온갖 언어의 길이 끊어졌습니다. 복밭도 아니고 복밭 아님도 아니며, 마땅히 공양받아야 함도 아니고 공양받지 말아야 함도 아니며, 취함도 아니고 버림도 아니며, 모습 있음도 아니고 모습 없음도 아닙니다. 참된 경계와 같고 법성과 평등하여 일컬을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어 온갖 일컬음과 헤아림을 넘어섰습니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보임도 아니고 들림도 아니며, 깨달음도 아니고 앎도 아니어서 뭇 맺힘과 얽매임을 여의었습니다. 온갖 지혜와 평등하고 중생과 같아서 온갖 법에 분별이 없습니다. 온갖 잘못이 없고 흐림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지음도 없고 일어남도 없으며, 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습니다. 두려움도 없고 근심도 없으며, 기쁨도 없고 싫어함도 없고 집착도 없습니다. 이미 있음도 없고 마땅히 있음도 없고 지금 있음도 없으며, 온갖 언설과 분별로써 나타내 보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몸은 이와 같으니, 이렇게 관함으로써 관하는 자를 바른 관이라 이름하며, 만약 다르게 관하는 자는 삿된 관이라 이름합니다.」
그때 사리불이 유마힐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사라져서 이곳에 와서 태어났습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그대가 얻은 법에 사라짐과 태어남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사라짐과 태어남이 없습니다.」
「만약 온갖 법에 사라지고 태어나는 모습이 없다면 어찌하여 「그대는 어디에서 사라져서 이곳에 와서 태어났습니까」라고 물으십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유하자면 요술사가 요술로 남자와 여자를 지었다면 어찌 사라지고 태어남이 있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사라지고 태어남이 없습니다.」
「그대는 어찌 부처님께서 온갖 법이 허깨비 모습과 같다고 설하신 것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만약 온갖 법이 허깨비 모습과 같다면 어찌하여 「그대는 어디에서 사라져서 이곳에 와서 태어났습니까」라고 물으십니까? 사리불이여, 사라짐이란 허망하게 속이는 법이며 무너지는 모습이고, 태어남이란 허망하게 속이는 법이며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보살은 비록 사라지더라도 선한 근본을 다하지 않으며, 비록 태어나더라도 온갖 악을 기르지 않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묘희이며 부처님의 명호는 무동이니라. 이 유마힐은 저 나라에서 사라져서 이곳에 와서 태어난 것이니라.」
사리불이 말하였다. 「일찍이 없던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이에 능히 청정한 국토를 버리고 이 성냄과 해침이 많은 곳을 즐거이 오는군요.」
유마힐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햇빛이 나올 때 어둠과 합해집니까?」
답하였다. 「아닙니다! 햇빛이 나올 때는 곧 온갖 어둠이 없습니다.」
유마힐이 말하였다. 「무릇 해는 어찌하여 염부제에 다닙니까?」
답하였다. 「밝음으로써 비추어 어둠을 없애고자 함입니다.」
유마힐이 말하였다. 「보살도 이와 같습니다! 비록 청정하지 못한 불국토에 태어나더라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이지 어리석음과 어둠과 함께 합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중생의 번뇌의 어둠을 없앨 뿐입니다!」
이때 대중이 목마르게 우러러 묘희세계의 무동여래와 그 보살과 성문의 대중을 뵙고자 하였다. 부처님께서 온 대중의 마음에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유마힐에게 이르셨다. 「선남자여, 이 대중을 위하여 묘희국의 무동여래와 여러 보살과 성문의 대중을 나타내라. 대중이 다 뵙고자 하는구나.」
이에 유마힐이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마땅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서 묘희국의 철위산천과 계곡과 강과 하천, 큰 바다와 샘, 수미산의 여러 산과 해와 달과 별, 천신과 용과 귀신과 범천 등의 궁전, 아울러 여러 보살과 성문의 대중, 성읍과 마을, 남녀와 크고 작은 이 및 무동여래와 보리수와 여러 미묘한 연꽃까지, 능히 시방에서 부처님의 일을 짓는 것들을—염부제로부터 도리천에 이르는 세 갈래 보배 계단, 이 보배 계단으로써 여러 천신이 내려와 다 무동여래께 예경하고 경전의 법을 듣고 받으며, 염부제 사람들도 또한 그 계단에 올라 도리천에 올라가 저 여러 천신들을 보니, 묘희세계는 이와 같은 무량한 공덕을 성취하였다—위로는 아가니타천에 이르고 아래로는 물의 경계에 이르기까지 오른손으로 잘라 취하여, 옹기장이의 물레와 같이 하여 이 세계에 들이되, 마치 꽃다발을 지니듯 하여 온갖 대중에게 보이리라.」이런 생각을 하고서 삼매에 들어 신통력을 나타내어 그 오른손으로 묘희세계를 잘라 취하여 이 국토에 놓았다.
저 신통을 얻은 보살과 성문의 대중과 아울러 나머지 천신과 인간이 함께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누가 저희를 취하여 갑니까? 원컨대 구호해 주소서.」 무동불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지은 바가 아니라 유마힐의 신력이 지은 바이니라.」 그 나머지 신통을 아직 얻지 못한 자들은 자기가 간 곳을 깨닫지도 알지도 못하였다. 묘희세계는 비록 이 국토에 들어왔으나 늘고 줆이 없었으며, 이에 이 세계도 또한 좁아지지 않아 본래와 다름이 없었다.
그때 석가모니불께서 여러 대중에게 이르셨다. 「그대들은 또한 묘희세계의 무동여래를 보라. 그 나라는 장엄하고 보살의 행이 청정하며 제자가 청백하니라.」
다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이와 같은 청정한 불국토를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무동여래께서 행하신 바 도를 배워야 하느니라.」
이 묘희국을 나타낼 때에 사바세계의 십사 나유타 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다 묘희불토에 태어나기를 원하였다. 석가모니불께서 곧 그들에게 수기하여 말씀하셨다. 「마땅히 저 나라에 태어나리라.」 그때 묘희세계가 이 국토에서 마땅히 이롭게 할 일을 마치니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갔으며, 온 대중이 다 보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그대는 이 묘희세계와 무동불을 보았는가?」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청정한 국토를 얻게 하되 무동불과 같게 하시고, 신통력을 얻게 하되 유마힐과 같게 하소서.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통쾌하게 좋은 이익을 얻어 이 사람을 뵙고 친근히 하여 공양하였나이다. 그 여러 중생들도 지금 현재이든 부처님 멸도 후이든 이 경을 듣는 자라면 또한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거늘, 하물며 다시 듣고서 믿고 이해하며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법답게 수행하는 자이겠습니까? 만약 손으로 이 경전을 얻는 자가 있다면 곧 이미 법보의 창고를 얻은 것이 되며, 만약 읽고 외우고 그 뜻을 해석하여 설한 대로 수행하는 자가 있다면 곧 여러 부처님께서 호념하시는 바가 되며, 이러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곧 부처님께 공양함이 됨을 알아야 하며, 이 경전을 써서 지니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그 방에 곧 여래가 계심을 알아야 하며, 만약 이 경을 듣고 능히 따라 기뻐하는 자라면 이 사람은 곧 온갖 지혜를 취함이 되며, 만약 능히 이 경을 믿고 이해하여 나아가 한 사구게에 이르러서도 남을 위해 설하는 자라면, 마땅히 이 사람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음이 됨을 알아야 하나이다.」
【법공양품 제13】
그때 제석천이 대중 가운데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비록 부처님과 문수사리로부터 백천의 경을 들었으나 아직 이 부사의하고 자재한 신통의 결정된 실상의 경전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 뜻을 이해하기로는, 만약 어떤 중생이 이 경전의 법을 듣고 믿고 이해하여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는 자라면 반드시 이 법을 얻음에 의심이 없을 것인데, 하물며 설한 대로 수행함이겠습니까? 이 사람은 곧 온갖 악취의 문을 닫고 온갖 선한 문을 열게 되며, 항상 여러 부처님께서 호념하시는 바가 되며, 외도의 학문을 항복시키고 마군의 원수를 꺾어 멸하며, 보리를 닦아 다스려 도량에 편안히 머물며, 여래께서 행하신 바 자취를 밟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설한 대로 수행하는 자가 있다면 제가 마땅히 여러 권속과 더불어 공양하고 섬기겠나이다. 마을과 성읍, 산림과 광야 어디에나 이 경이 있는 곳이라면 저도 또한 여러 권속과 더불어 법을 듣고 받고자 함께 그곳에 이르겠으며, 아직 믿지 않는 자에게는 마땅히 믿음을 내게 하고 이미 믿는 자에게는 마땅히 보호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천제여! 그대가 말한 바와 같으니 내가 그대의 기쁨을 돕겠노라. 이 경은 과거·미래·현재 여러 부처님의 부사의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널리 설한 것이니라. 이런 까닭에 천제여,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공양하는 자라면 곧 과거·미래·현재의 부처님께 공양함이 되느니라. 천제여, 설사 삼천대천세계에 여래가 가득하기를 비유하자면 사탕수수와 대나무와 벼와 삼과 우거진 숲과 같더라도, 만약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혹 일 겁 혹 일 겁이 덜 되도록 공경하고 존중하며 찬탄 공양하여 온갖 편안케 할 것을 받들다가, 여러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 이르러 낱낱의 온몸 사리로써 칠보탑을 일으키되—세로와 가로가 한 사천하만 하고 높이는 범천에 이르며 찰간(刹竿)을 세워 장엄하여—온갖 꽃과 향과 영락과 당번과 기악의 미묘하고 제일가는 것으로써 혹 일 겁 혹 일 겁이 덜 되도록 공양한다면, 천제의 뜻에는 어떠한가, 그 사람이 심은 복이 어찌 많지 않겠는가?」
제석천이 말하였다. 「많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 복덕은 백천억 겁으로도 설하여 다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천제에게 이르셨다. 「마땅히 알라. 이 선남자·선여인이 이 부사의 해탈 경전을 듣고 믿고 이해하여 받아 지니며 읽고 외워 수행함은 복이 저것보다 많으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여러 부처님의 보리가 다 이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니, 보리의 모습은 한계 지을 수 없으므로 이 인연으로 복도 헤아릴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천제에게 이르셨다. 「과거 무량 아승기 겁에 그때 세상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를 약왕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하였느니라. 세계는 이름이 대장엄이며 겁은 이름이 장엄이었고, 부처님의 수명은 이십 소겁이었느니라. 그 성문승은 삼십육억 나유타요 보살승은 십이억이 있었느니라. 천제여, 그때 전륜성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보개라 하였고 칠보를 갖추어 사천하를 다스렸느니라. 왕에게는 천 명의 아들이 있어 단정하고 용맹하며 굳세어 능히 원수와 적을 항복시켰느니라.
「그때 보개왕이 그 권속과 더불어 약왕여래께 공양하여 온갖 편안케 할 것을 베풀되 오 겁이 차도록 이르렀느니라. 오 겁이 지나고서 그 천 명의 아들에게 일렀느니라. 「너희들도 또한 마땅히 나처럼 깊은 마음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하라.」 이에 천 명의 아들이 부왕의 명을 받아 약왕여래께 공양하되 다시 오 겁이 차도록 온갖 것을 베풀어 편안케 하였느니라. 그 왕의 한 아들이 이름이 월개였는데, 홀로 앉아 사유하였느니라. 「어찌 공양함이 이보다 뛰어난 것이 있겠는가?」 부처님의 신력으로써 허공 중에 천신이 있어 말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법의 공양이 온갖 공양보다 뛰어나니라.」 곧 물었느니라. 「무엇을 법의 공양이라 합니까?」 천신이 말하였느니라. 「그대는 약왕여래께 가서 물어볼 수 있으니,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법의 공양을 자세히 설하시리라.」
「즉시 월개왕자가 약왕여래께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온갖 공양 가운데 법의 공양이 뛰어나다 하니, 무엇을 법의 공양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느니라. 「선남자여, 법의 공양이란 여러 부처님께서 설하신 깊은 경전으로서, 온갖 세간이 믿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미묘하여 보기 어렵고 청정하여 물듦이 없어, 다만 분별하고 사유하는 것만으로는 능히 얻을 수 있는 바가 아니며, 보살의 법장(法藏)이 거두는 바요 다라니의 도장으로 도장 찍은 것이니라. 물러나지 않음에 이르러 육도(六度)를 성취하고 뜻을 잘 분별하여 보리의 법을 따르니 온갖 경전 가운데 으뜸이니라. 큰 자비에 들어가 온갖 마군의 일과 여러 삿된 견해를 여의며, 인연법을 따라 나도 없고 사람도 없고 중생도 없고 수명도 없으며 공(空)·무상(無相)·무작(無作)·무기(無起)이니라.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도량에 앉아 법륜을 굴리게 하니 여러 천신과 용신과 건달바 등이 함께 찬탄하며,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불법장에 들어가게 하여 여러 현성의 온갖 지혜를 거두느니라. 여러 보살이 행하는 바 도를 설하며, 온갖 법의 실상의 뜻에 의지하여 무상·고·공·무아·적멸의 법을 밝게 펼치느니라. 능히 온갖 계율을 훼손한 중생을 구제하며, 여러 마군과 외도 및 탐착하는 자로 하여금 두려워하게 하며, 여러 부처님과 현성이 함께 칭찬하시느니라. 생사의 괴로움을 등지고 열반의 즐거움을 보이니 시방삼세의 여러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이니라. 만약 이와 같은 경을 듣고 믿고 이해하여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방편의 힘으로써 여러 중생을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여 분명히 나타내 보여 법을 수호하는 까닭에, 이를 법의 공양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온갖 법에 있어 설한 대로 수행하여 십이인연을 따라 온갖 삿된 견해를 여의고 무생법인을 얻으며, 나도 없고 중생도 없음을 결정하되 인연과 과보에 대해 어긋남도 없고 다툼도 없어 온갖 나의 것을 여의며, 뜻에 의지하고 말에 의지하지 않으며, 지혜에 의지하고 식(識)에 의지하지 않으며, 요의경(了義經)에 의지하고 불요의경에 의지하지 않으며, 법에 의지하고 사람에 의지하지 않으며, 법의 모습을 따라 들어갈 바 없고 돌아갈 바 없으며, 무명이 필경 멸하는 까닭에 온갖 행도 또한 필경 멸하며, 나아가 남이 필경 멸하는 까닭에 늙음과 죽음도 또한 필경 멸하니, 이렇게 십이인연을 관하여 다함이 있는 모습도 없어 다시는 견해를 일으키지 않으니, 이를 가장 높은 법의 공양이라 이름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천제에게 이르셨다. 「왕자 월개가 약왕불로부터 이와 같은 법을 듣고 유순인(柔順忍)을 얻었느니라. 곧 보배 옷과 몸을 장엄한 도구를 풀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멸도하신 후에 저는 마땅히 법의 공양을 행하여 정법을 수호하겠나이다. 원컨대 위신력으로써 가엾이 여겨 세워 주시어 저로 하여금 마군의 원수를 항복시키고 보살의 행을 닦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그 깊은 마음의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수기하여 말씀하셨느니라. 「그대는 말세에 법의 성을 수호하리라.」 천제여, 그때 왕자 월개는 법이 청정함을 보고 부처님의 수기를 듣고서 믿음으로써 출가하여 선법을 닦아 모았느니라. 정진한 지 오래지 않아 오신통을 얻고 보살의 도에 이르러 다라니를 얻고 끊이지 않는 변재를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 그 얻은 바 신통과 총지와 변재의 힘으로써 십 소겁이 차도록 약왕여래께서 굴리신 법륜을 따라 널리 펼쳤느니라. 월개비구가 법을 수호함으로써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여 곧 이 몸으로 백만억 사람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물러나지 않는 자리를 세우게 하였으며, 십사 나유타 인은 깊이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내었으며, 무량한 중생이 천상에 태어남을 얻었느니라. 천제여, 그때 왕 보개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지금 나타나 부처를 얻으니 명호가 보염여래이니라. 그 왕의 천 명의 아들은 곧 현겁 가운데 천불이니, 가라구손타로부터 시작하여 부처를 얻고 마지막 여래는 명호를 누지라 하느니라. 월개비구는 곧 나의 몸이니라. 이와 같이 천제여, 마땅히 이 요점을 알라. 법의 공양으로써 온갖 공양 가운데 으뜸이 되고 최고가 되니 제일이라 견줄 것이 없느니라. 이런 까닭에 천제여, 마땅히 법의 공양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해야 하느니라.」
【촉루품 제14】
이에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이르셨다. 「미륵이여, 내가 이제 이 무량한 억 아승기 겁 동안 모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그대에게 부촉하노라. 이와 같은 무리의 경전을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 말세 가운데서 그대들은 마땅히 신력으로써 염부제에 널리 펼쳐 유포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미래세 가운데 마땅히 선남자·선여인과 천신·용·귀신·건달바·나찰 등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큰 법을 즐거워할 것이니, 만약 이러한 경전을 듣지 못하게 한다면 곧 좋은 이익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러한 경전을 들으면 반드시 많이 믿고 즐거워하여 희유한 마음을 내어 마땅히 정수리로 받들 것이니, 여러 중생이 마땅히 얻어야 할 이익을 따라 널리 설해 주어라.
「미륵이여, 마땅히 알라. 보살에게 두 가지 모습이 있느니라. 무엇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잡스러운 문구와 꾸밈의 일을 좋아함이요, 둘째는 깊은 뜻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실히 능히 들어감이니라. 만약 잡스러운 문구와 꾸밈의 일을 좋아하는 자라면 마땅히 이는 새로 배우는 보살임을 알아야 하며, 만약 이와 같이 물듦도 없고 집착도 없는 매우 깊은 경전에 두려움이 없어 능히 그 가운데 들어가 듣고서 마음이 청정해지며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설한 대로 수행한다면, 마땅히 이는 오래 도를 닦은 행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미륵이여, 다시 두 가지 법이 있어 새로 배우는 자라 이름하니, 매우 깊은 법에 결정하지 못하느니라. 무엇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아직 듣지 못한 깊은 경전을 듣고서 놀라고 두려워하여 의심을 내며 능히 따르지 못하고 비방하여 믿지 않으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니라. 「나는 처음에 이를 듣지 못하였는데 어디에서 왔는가?」 둘째는 만약 이와 같은 깊은 경전을 보호하여 지니고 해설하는 자가 있으면 친근히 하고 공양하고 공경하려 하지 않으며 혹 때로는 그 가운데서 그 허물과 악함을 말하는 것이니라. 이 두 가지 법이 있으면 마땅히 이는 새로 배우는 보살로서 스스로 훼손하고 상하게 하여 깊은 법 가운데서 그 마음을 조복하지 못함을 알아야 하느니라.
「미륵이여, 다시 두 가지 법이 있어 보살이 비록 깊은 법을 믿고 이해하더라도 오히려 스스로 훼손하고 상하게 하여 무생법인을 얻지 못하느니라. 무엇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새로 배우는 보살을 가벼이 여기고 업신여겨 가르치지 않음이요, 둘째는 비록 깊은 법을 이해하더라도 모습을 취하여 분별함이니라. 이것이 두 가지 법이니라.」
미륵보살이 이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없던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와 같이 저는 마땅히 이러한 악을 멀리 여의고 여래께서 무수한 아승기 겁 동안 모으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받들어 지니겠나이다. 만약 미래세에 선남자·선여인으로서 대승을 구하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손으로 이와 같은 경전을 얻게 하여 그에게 기억하는 힘을 주어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남을 위해 널리 설하게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약 후말세에 능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남을 위해 설하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다 이는 미륵의 신력이 세운 바임을 알아야 할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미륵이여! 그대가 말한 바와 같으니 부처님이 그대의 기쁨을 돕겠노라.」
이에 온갖 보살이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도 또한 여래께서 멸도하신 후에 시방의 국토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널리 펼쳐 유포하고, 다시 마땅히 여러 설법하는 자를 열어 인도하여 이 경을 얻게 하겠나이다.」
그때 사천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곳곳마다 성읍과 마을, 산림과 광야에 이 경전이 있어 읽고 외우고 해설하는 자가 있다면, 제가 마땅히 여러 관속을 거느리고 법을 듣기 위한 까닭에 그곳에 나아가 그 사람을 옹호하여 백 유순 사방에 그 틈을 엿보아 얻는 자가 없게 하겠나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이 경을 받아 지녀 널리 펼쳐 유포하라.」
아난이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저는 이미 요긴한 것을 받아 지녔나이다. 세존이시여, 마땅히 이 경을 무엇이라 이름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이 경은 이름을 「유마힐소설」이라 하고 또한 이름을 「부사의해탈법문」이라 하니, 이와 같이 받아 지녀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기를 마치시니, 장자 유마힐과 문수사리와 사리불과 아난 등과 여러 천신과 인간과 아수라 등 온갖 대중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를 듣고 다 크게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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